[요즘군대]'세계 최강' 美 육군과 해군이 서로 싸우는 이유
"해군을 무찌르자!", "육군을 쳐부수자!"
풋볼 시합 앞두고 각국 주둔지서 응원전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세계 최강의 군대 중 하나인 미국 육군과 해군이 자존심을 건 승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평소엔 아군인 상대방을 꼭 이겨야한다는 각오를 다지며 세계 각지의 미 육·해군이 응원전에 돌입했다.
미 육군사관학교 '블랙 나이츠'(Black Knigts)와 해군사관학교 '미드쉽맨'(Midshipmen)팀은 현지시간 10일 오후 3시(우리시간 11일 오전 5시) 미 필라델피아의 링컨 파이낸셜 필드에서 전미 대학스포츠협회(NCAA) 풋볼 경기를 치른다.
매년 리그 마지막 경기로 치러지는 육사와 해사의 경기는 예비 장교인 두 학교 전 사관생도들이 제복을 입고 관람하는 행사다. 이 경기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전 세계로 생중계될 만큼 미국에선 엄청난 관심사를 모은다.
제임스 맥컨빌 미 육군참모총장은 경기를 4일 앞둔 시점부터 매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Go Army, Beat Navy"라는 응원메시지를 올리고 있다. 미 육사도 소셜미디어에 연이어 경기 개최를 예고하며 "해군을 꼭 이겨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육사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비장한 표정으로 전장으로 떠나는 장병 뒤편에 "편하려면 해군에 입대하면 된다"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소속) 전현직 우주비행사 중 육사를 졸업한 인원들도 육사 소셜미디어를 통해 후배들이 선의의 경쟁에서 승리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외에도 주한 미2사단은 한미 장병들이 모여 "해군을 이겨라"라고 소리치는 영상을 올렸다. 2사단이 올린 영상 마지막 부분엔 장갑차가 모형전함을 밟고 지나가며 파괴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군도 응원전에서 결코 밀리지 않고 있다. 카를로스 델토로 해군장관은 "Go Navy, Beat Army"라고 적힌 케익의 사진, "스포일러: 우리가 이긴다"라는 문구가 담긴 영상을 인터넷에 게재했다. 태평양에서 작전 중인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니미츠'(CVN-68)의 승조원들은 'Beat Army' 문구의 대형으로 선 채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해군은 물리전도 감행했다. 최근 비행기를 띄워 공중에서 해군을 응원하고 육군을 조롱하는 문구를 담은 탁구공을 투하하는 공대지 폭격을 실시한 데 이어, 육군 사무실을 기습해 "Fly Navy"라고 적힌 종이를 대량 살포했다.
미 육사와 해사 간 풋볼 경쟁의 역사는 1890년부터 시작됐다. 이후 두 팀의 통산 전적은 육사 53승, 해사 55승, 무승부 7번이다. 공군사관학교도 1954년 개교했지만 육사 대 공사, 또는 해사 대 공사 경기는 비교적 전통이 짧아 '최대 라이벌전'으론 여겨지지 않는다.
육사와 해사는 풋볼 경기에선 치열한 혈투를 벌이지만 경기가 끝나면 다시 미군이 강조하는 '합동군'으로 돌아간다. 두 학교 학생들은 서로의 교가를 함께 부르며 더욱 가까워진다고 한다. 육사 생도 시절 풋볼경기에 참석한 A씨는 "우리는 전장에서 함께 피를 흘리기 전에 풋볼장에서 함께 피를 흘린다"며 "형제와 동료를 위해 모든 것을 건다"라고 말했다.
우리 군도 과거엔 이와 같은 성격의 육·해·공 3군사관학교 체육대회가 있었다. 1988년부터 각 사관학교를 순회하며 축구와 럭비, 육상 등 3종목에서 기량을 겨뤄왔다. 하지만 과도한 응원연습, 과열경쟁으로 인한 갈등 조장 등의 지적이 나오면서 2003년에 3군사관학교 체육대회는 폐지됐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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