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몬 유엔보고관 "탈북민 강제북송… 누가 결정했든 우려"

"정부 기관도 '강제송환 금지' 원칙 지켜야"
"북한 당국자와도 얘기 나눌 수 있길 희망"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2022.9.2/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2일 "어떤 탈북자든 강제송환 대상이 되는 걸 우려한다"고 말했다.

살몬 보고관은 이날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지난 2019년 11월 동료 16명을 살해했다는 탈북 어민 2명이 우리 정부 결정으로 강제 북송된 사건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누가 (북송을) 결정했든지 우려의 대상"이며 "이 사안을 살펴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2019년 당시 해당 탈북 어민들은 우리 측의 조사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이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외교부 등 관계부처는 윤석열 정부 출범 뒤인 올 7월 당시 북송 결정이 '잘못됐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어 논란이 일었다.

살몬 보고관은 이날 회견에서 "정부 기관도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며 "이는 국제 인권법에 잘 정립돼 있고 법률적 논거가 존재한다"고도 말했다.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란 우리나라가 1995년 가입한 유엔고문방지협약 제3조에 규정돼 있는 것으로서 '고문 등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개인을 추방·송환·인도해선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살몬 보고관은 중국 당국이 자국 내 탈북민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전임자들이 '고문방지 및 강제송환 방지 원칙에 따라 강제송환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며 "중국 당국은 이들이 '불법 이주민이기 때문에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계속 대화해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살몬 보고관은 이어 우리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대해선 "충분히 살펴보지 않았다"면서도 "(남북한) 접경지 주민 입장에선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의 '보복' 위협이) 충분히 우려할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2022.9.2/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그는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단체 입장에선 의견 개진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지만, 이 권리는 안전이나 안보 이유로 제약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제약 조항이 비례성과 필요성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봐야 하고, 규정을 어겼을 때 처벌 내용도 봐야 한다"며 "여기에 문제가 있다면 해당 법안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살몬 보고관은 지난달 1일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 29일부터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 면담,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방문 및 북한이탈주민 면담, 외교부·통일부·국가인권위원회 등 관계부처 방문 등의 공식 일정을 진행했다.

살몬 보고관은 방한 마지막날인 이달 3일엔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유족을 만날 예정이다.

살몬 보고관은 북한이 자신의 방한 행보를 비난하고 있는 데 대해선 "북한이 내게 위임된 권한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다는 건 큰 도전과제임이 분명하다"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는 핵문제와 탈군사화 관련 논의 중에도 분명히 제기해야 할 사안"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현재 고립돼 있어 (주민 인권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게 내가 임무를 수행하는 데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라며 "북한 당국자와도 얘기를 나눌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살몬 보고관은 이날 회견에서 남북한 당국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18년 이후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중단됐다.

살몬 보고관은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적 관계와 무관하게 우선순위에 둬야 할 일"이라면서 "북한이 대한민국과 협력으로든 화상으로든 직접 만나는 형태로든 상봉 행사를 열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