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이종섭 국방장관 제19차 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연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2일 오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본회의 세션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뉴스1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세계 최대 규모의 안보회의이자, 국제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샹그릴라 대화에서 각국 국방장관님과 안보 분야 전문가 여러분을 뵙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개최하지 못했던 회의를 재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신 존 칩맨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소장님과 연구소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테오치힌 싱가포르 부총리님께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서 북한 비핵화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에 대해 연설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달 새롭게 출범한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에서의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을 제시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상황과 함께,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안보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지금 전 세계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세계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으며, 국제 무역의 3분의2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주요 군사강국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 국가들을 포함한 역외 국가들도 다양한 경제 및 안보협의체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불안정은 글로벌 경제와 국제 안보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정치·경제·문화적 위상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는 한반도의 불안정이 곧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제사회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주요 도전 요인 중 하나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목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긴밀히 협조하고 있습니다.

한미동맹 또한 가용한 모든 노력과 자산을 활용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북한은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과 다른 행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단순한 위협 수준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질적·양적으로 고도화되고 있고, 북한은 7차 핵실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입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국제사회가 합의한 유엔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자, 남북한과 북미 정상 간의 기존 합의를 깨뜨린 것입니다.

북한의 도발이 지속된다면 동북아와 인·태 지역의 안보는 더욱 더 불안정해질 것이며,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구축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 비핵화 목표와 한반도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간다는 원칙은 확고하게 유지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명확한 상응조치를 제시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천명하신 대로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에 나선다면 우리 정부는 북한 경제와 주민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계획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를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고 한국군의 대응능력을 획기적으로 증강시켜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을 위해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도 강화하고자 합니다.

한일 간에는 여러 현안이 남아 있지만,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현안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양측이 지혜를 모아 나가는 한편, 한일 간 안보협력 정상화는 물론,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일본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의향도 있습니다.

이번에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이 2년7개월 만에 개최됐습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주로 북한 핵·미사일 대응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중 국방장관도 2년7개월 만에 회담을 가졌습니다. 양측은 상호존중과 협력 정신에 기반해 새로운 한중관계 구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전략적 소통 강화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에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자체적인 인도·태평양전략 프레임워크를 수립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중심의 외교를 넘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필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임을 밝힌 것입니다.

이는 근시안적인 대응이 아닌 장기적 비전에 기반한 글로벌 차원의 역할을 목표로 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으로서 우리정부의 역내 안보 기여를 위한 몇 가지 구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아세안과의 안보협력은 우리정부의 중요한 핵심 의제입니다. 따라서 아세안 중심성을 존중하는 가운데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적극적인 방식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담(ADMM-Plus)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그리고 샹그릴라 대화 등 다자협의체에 대한 우리 부의 참여가 실질적인 기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아세안이 실제로 직면한 사이버, 테러 등 비(非)전통 안보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아세안 국가들과 해양안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방산 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 나갈 것입니다.

둘째, 우리 정부는 유럽을 포함해 역외 다수 국가와 안보협력 핵심 파트너 국가로서 해양안보 등 전통적 안보협력은 물론, 비전통 안보 분야까지 우리와의 협력을 희망하는 모든 역내외 국가들과 협력을 적극 확대할 것입니다.

셋째,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의 원칙에 기반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동 중인 다양한 안보협의체와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자 합니다.

한·아세안 협력, 쿼드(Quad) 등 소·다자 협의체의 궁극적인 목적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충실하게 구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정국을 배제하기보다는 최대 다수의 국가가 최대의 안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대한민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나가고자 합니다.

지금도 한반도는 남북한의 대치가 지속되는 등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높은 긴장 상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심정은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침략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조기에 다시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북한도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조속히 중단함으로써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원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