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핵실험 앞둔 北 '풍계리' 핵실험장은 어떤 곳?

해발 1000m 이상 산지에 있어 방사능물질 유출관리 용이
2018년 5월 '폐쇄'했지만 지하 갱도는 온전한 상태였던 듯

지난 2018년 5월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이 이뤄지고 있다.2018.5.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한 유일의 핵실험 시설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에 다시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이곳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2006년 10월9일과 2009년 5월25일, 2013년 2월12일, 2016년 1월6일·9월9일, 2017년 9월3일 등 모두 6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다.

북한이 풍계리에 핵실험장을 조성한 건 지형 조건과도 관련이 있다.

북한은 길주군 시내로부터 약 42㎞ 떨어진 만탑산(해발 2205m) 계곡에 핵실험장을 만들었다. 이곳 실험장은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1874m), 학무산(1642m) 등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특히 만탑산 상부는 화강암, 하부는 현무암으로 이뤄져 있어 핵실험 뒤 발생하는 각종 방사성 물질의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아울러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등의 생산지인 함경남도 단천과 가깝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만탑산 지하에 수평·수직 갱도를 뚫은 뒤 그 갱도 안에서 핵실험을 진행해왔다.

핵실험 충격을 분산시키기 위해 갱도는 달팽이관 모양으로 만들었고, 방사성 물질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갱도엔 두꺼운 차단 문들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파 전의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입구. 2018.5.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2006년 1차 핵실험은 동쪽 1번 갱도에서, 2~6차는 핵실험장 북쪽 2번 갱도의 주갱도 및 파생갱도에서 이뤄졌다. 남쪽 3번과 서쪽 4번 갱도에선 2018년 5월 핵실험장 '폐쇄' 전까지 핵실험이 실시된 적이 없다.

북한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에 앞서 그해 4월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를 선언한 뒤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 기자단을 초청해 핵실험장 폐쇄현장을 공개했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는 당시 북미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거론됐던 북한 비핵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핵실험장 지하 갱도 입구만 폭파하고, 내부는 온전히 남겨뒀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북한은 올 초부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일대에선 복구 정황이 관측돼왔다.

이와 관련 북한은 올 1월19일 김 총비서 주재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향후 대미정책 방향과 관련, "우리가 선결적·주동적으로 취했던 신뢰구축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공지)했다"며 핵·ICBM 시험 재개 및 핵실험장 복구를 시사했고, 3월 들어선 ICBM 시험발사도 재개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7차 핵실험을 실시하는 데 필요한 준비를 모두 마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총비서 등 수뇌부의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란 얘기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르면 이번 주 중에라도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