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마지막 3·1절 기념사 '새로운 건 없었다'… 차기 정부 숙제 가득
日엔 '투트랙' 외교 기조, 北엔 '대화 재개' 재차 강조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3·1절' 기념사엔 예상대로 새로운 담론이나 제안은 없었다.
대통령 '3·1절' 기념사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대일(對日) 외교와 관련해선 한일 간 과거사 문제 해결과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한다는 이른바 '투트랙' 기조를 재확인했고, 다른 핵심인 대북정책으로 대화 재개를 통한 평화프로세스 복원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만료가 2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온 만큼 새로운 제안을 내놓기보다는 기존 정책 기조에 따른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한일 양국의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 세대 책무"라며 "가까운 이웃인 한국과 일본이 '한때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를 딛고 미래를 향해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일본이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갖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며 "한때 불행했던 과거로 인해 때때로 덧나는 이웃 나라 국민의 상처를 공감할 수 있을 때 일본은 신뢰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 한일위안부합의 '무력화' 논란을 비롯해 우리 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과 그에 따른 일본 측의 경제보복 조치 및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논란 등으로 한일관계가 위태로워진 상황에서도 양국 간 '미래지향적 발전' 만큼은 항상 강조해왔다.
이에 대해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한일관계를 돌아보면 '과거나 현재에 매몰돼 있어 미래는 약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번 기념사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현 세대의 책무'란 언급을 한 점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조 센터장은 "일본에 '역사를 직시하라'고 한 부분은 우리에겐 당연한 것이고, 일본 입장에서도 새로울 게 없다"면서 "'미래세대' 쪽에 좀 더 무게를 뒀더라면 일본에도 긍정적인 메시지가 됐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위안부·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 등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를 통해 "이미 최종적·불가역(不可逆)적으로 해결된 사안"이라며 우리 법원의 관련 판결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우리 측에 그 "시정"을 요구해왔다.
일본 측은 특히 이들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 또한 사실상 거부해온 상황이다.
한일관계 소식통은 "현재 한일 간엔 미국 주도의 한미일 안보협력 외엔 사실상 접점이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라며 "일본의 '미국 중시 외교' 때문에 한미일 안보협력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한일관계 개선의 단초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올해 3·1절 기념사에 대북 메시지도 '평화' '대화'를 강조한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이뤄야 할 일은 평화"라며 "대화·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출범 당시 북핵 위기 속에서 극적인 대화를 통해 평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다른 구체적 대안 없이 "우리의 평화는 취약하다. 대화가 끊겼기 때문"이라고도 말해 임기 내 남북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현실 인식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작년 9월 유엔총회 연설을 계기로 남북한과 미국, 나아가 중국까지 참여하는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을 제안하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해왔으나, 북한은 '대북 적대정책 및 2중 기준 철회'란 선결조건을 제시하며 이에 응하지 않았다.
북한이 요구한 대화 '선결조건'은 연례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또는 완화를 모두 포함한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북한이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되는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건을 수용하는 건 현 정부는 물론, 차기 정부에서도 쉽지 않은 선택지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이날 3·1절 기념사에서 불과 이틀 전 있었던 북한의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추정 발사체 발사 등 무력시위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육군3사관학교 졸업·임관식에서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우월한 미사일 역량과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강경한 자세를 취했던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3·1절'이 남북한 모두에 의미 있는 날임을 감안,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언사를 피한 것으로 해석된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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