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해외파병부대 일탈… 장관이 직접 '기강 점검'
서욱, 음주 물의 잇따랐던 레바논 동명부대 17일 방문
국방부 "엄정한 규율 확립된 임무 수행 등 강조할 계획"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유엔평화유지활동 등을 위해 해외파병 임무를 수행 중인 군 간부들의 음주 추태가 반복되고 있다. 군내에서도 "사명감을 버리고 오로지 스펙과 수당을 노리는 군인도 많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서욱 국방부 장관도 해외 순방 기간 파병부대를 직접 방문해 복무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서 장관은 오는 17~18일 레바논 평화유지단 '동명부대'를 현장 지도한다. 서 장관은 이번 동명부대 방문은 13일 시작되는 프랑스·노르웨이 순방 뒤 귀국길에 이뤄진다.
국방부 장관이 해외출장 기간 파병부대를 찾아 격려하는 일정은 그동안에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서 장관의 동명부대 방문은 기존과 '무게'가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방부도 12일 배포한 자료에서 서 장관의 이번 순방 일정을 소개하면서 "엄정한 규율이 확립된 임무수행 강조 등 현장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격려'란 표현은 쓰이지 않았다.
동명부대에선 그동안 크고 작은 군기문란 사고들이 잇따랐다. 작년 8월엔 부대장 등 간부 3명이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조기 귀국 조치됐고, 같은 해 10월에도 간부가 부하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한 혐의로 조기 귀국했다. 지난달엔 동명부대 제25진으로 파병됐던 육군 중위가 귀국 비행기 내에서 만취 난동을 부려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아프리카 남수단에 파병됐던 남수단 재건지원단 '한빛부대' 소속 군 법무관이 음주와 상관 면전 모욕, 간부에 대한 욕설 등 행위가 확인돼 국내 부대로 원대 복귀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육·해군본부 법무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작년 9월까지 해외파병부대원들의 비위에 따른 징계는 37건에 이른다. 징계 사유는 음주 추태 외에도 폭행, 협박, 성폭력, 절도 등이 있었다.
현재 우리 군의 해외파병부대는 △한빛(남수단) △동명(레바논) △아크(아랍에미리트(UAE)) △청해(아덴만)부대가 있다.
한빛·동명부대는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활동을 하고 있고, 아크 부대는 UAE와의 국방협력 차원에서 파병 중이다. 또 청해부대는 바레인에 있는 연합해군사령부 소속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 일대에서 우리 선박 등에 대한 보호 임무를 수행한다.
전체 해외파병부대 장병 규모가 1000여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물의를 일으킨 장병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 사이에선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그동안 파병지에서 쌓아 올린 국군의 명예가 실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여년 전 해외파병 경험이 있는 장교 A씨는 "주둔지에서 과거보다 위험을 느끼지 않다 보니 장병들의 기강이 흐트러져 음주 추태 등 생기는 게 아닌가 싶다"며 "전투 목적 파병이 아니라고 해도 늘 경계를 늦춰선 안 되는 군인정신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파병 경험 군인 B씨도 "PKO의 경우 옛날엔 환경이 너무 열악하고 위험해 긴장감이 있었으나 요즘엔 다른 파병 유형보다 편하다는 말도 나온다"며 "현지 치안 유지를 위해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보여주기'식 순찰을 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군 소식통도 "파병지에서 '우리끼리만 알자'는 식의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파병부대엔 회식 때 1회당 소주 반병, 맥주 1캔 이상을 마시지 못하도록 하는 음주규정이 있으나, 여러 차례 회식을 한 것처럼 꾸미거나 술을 마시지 않는 장병 몫까지 챙겨 규정된 음주량을 초과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의 해외 파병은 "대한민국이 전쟁의 아픔을 딛고 경제 발전에 성공해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장한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정책"이란 점에서 앞으로 축소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유엔 가입 2년 뒤인 1993년 소말리아에 상록수부대를 보낸 것을 시작으로 평화 유지 목적의 파병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던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사상자 1명도 없이 구조한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은 역사적 작전으로 꼽힌다.
한빛·동명부대는 각지에서 재건과 의료지원 등 맞춤형 작전을 수행해 현지인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또 아크부대는 우리나라와 UAE 간 국방협력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해외파병은 군 장병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은 물론 향후 진급·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고 파병수당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파병수당은 월 2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사로 해외파병 임무를 수행했던 C씨는 "파병을 나가면 자기 돈을 쓸 일이 없기 때문에 수당과 함께 돈이 모이고 '이번엔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떤 차를 살까' 하고 말하는 간부들도 많이 봤다"며 "당연히 줘야 하고 오히려 더 줘야 하는 수당이라고 생각하지만 돈만 보고 해외파병을 지원하는 인물은 철저하게 걸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향후 우수자원 선발을 위해 해외파병부대 선발체계를 보완·개선하고 파병을 위한 소집교육 단계부터 군 기강 확립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엄정한 신상필벌을 통해 재발되지 않도록 각 군 본부와 함께 군 기강 확립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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