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군대]성비위 저지르고도 징계 없이 근무한 육군 40명

징계위 회부된 103명엔 규정 어기고 '솜방망이'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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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마크 (육군본부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1. 육군 A사단 소속 B소령은 지난 2016년 9월7일 '군인 강제추행·폭행' 혐의로 군검찰에 기소됐다. 그러나 당시 사단 법무부는 B소령의 형이 확정되지 않았단 이유로 징계조사·의결을 요구하지 않았고, B소령은 이듬해 4월6일 C사단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그러나 B소령은 C사단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도 징계를 받지 않았고, 2019년 4월1일 형이 확정됐을 땐 이미 징계시효가 지나버린 뒤였다.

#2. 육군본부 법무실은 2017년 양성평등센터의 성폭력 발생 보고에 따라 D준장을 조사했다. 당시 육군본부 '징계규정'에 따르면 성추행·성희롱 가해자는 무조건 감봉 이상의 징계처분 대상이었다. 그러나 법무실은 같은 해 9월13일 '피해자가 D준장의 처벌을 원치 않고, D준장이 대통령표창 등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징계의결 요구 없이 서면경고로 이 사건을 종결했다.

#3. 육군 E사단은 2018년 7월27일 F대위의 성매매 사건과 관련해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징계위 양정기준에 따르면 성매매는 최소 감봉 이상의 징계처분 대상이다. 그러나 당시 징계위는 F대위의 성매매 적발 횟수가 1회인 점, 성매매 대상 여성이 성인이고 대가가 크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근신 10일의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징계권자인 소속 부대장도 이 같은 징계처분 결과에 대해 재심사를 요구하지 않은 채 그대로 종결했다.

이상은 감사원이 이달 14일 공개한 '육군본부 정기감사' 결과 자료에 예시돼 있는 육군본부와 예하부대의 징계업무 처리 부적정 사례들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육군본부 및 예하부대 법무실이 지난 2016년부터 올 2월까지 군 수사기관으로부터 통보받은 강간, 공연음란 등 성 관련 범죄사건은 총 467건에 이른다.

(감사원 '육군본부 정기감사' 캡처) ⓒ 뉴스1

그러나 이들 사건에 연루된 성비위자 가운데 40명은 법적 처벌과 별개로 군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D준장의 사례처럼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은 성폭력·성희롱 등 성비위 사건에 대해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징계의결을 요구하도록 하고 있다. 이 훈령엔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성비위자에 적용해야 하는 징계양정기준도 제시돼 있다.

구체적으로 성비위 사건 중 △강간은 최소 정직에서 최대 파면, 그리고 △강제추행·성희롱·성매매,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유포), 기타 품위유지 의무위반 행위는 최소 감봉에서 최대 파면의 징계처분 대상이 된다.

현행 '군인사법'상 장교·부사관 등 간부에 대한 징계처분이 △파면 △해임 △강등 △정직(이상 중징계) △감봉 △근신 △견책(이상 경징계) 등 총 7가지로 나뉘는 점을 고려할 때 성비위에 대한 징계수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육군 당국 스스로 해당 규정을 무시해버린 바람에 B소령, D준장과 같은 일부 성비위자들은 징계를 피한 채 군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10월13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의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1.10.13/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물론 감사원 감사대상 기간(2016년 1월~2021년 2월) 중 발생한 전체 성범죄 사건 관련자들을 놓고 본다면 징계를 피한 성비위자 40명은 적은 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F대위처럼 징계위에 회부된 성비위자 중에서도 상당수가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단 감사 결과는 군 당국의 성범죄·성비위 관련 근절 의지마저 의심스럽게 만드는 대목이다.

국방부 훈령은 징계 대상자가 △국무총리 이상 표창을 받은 사람이거나 △비행사실이 직무와 관련 없는 경우 등에 해당할 땐 징계위가 정상을 참작해 양정기준보다 한 단계 낮은 징계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훈령엔 징계 대상자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2조의 성폭력범죄 △'군형법' 제15장의 강간·추행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성매매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항의 성희롱에 해당하는 성범죄·비위 행위를 저질렀을 땐 정상을 참작하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도 포함돼 있다.

게다가 징계권자(통상 부대장)는 징계위의 처분이 양정기준보다 가볍다고 판단될 땐 차상급부대 등에 심사 또는 재심사를 청구해야 하고, 육군본부에선 이런 사건이 징계 없이 종결되거나 양정기준보다 가벼운 징계만으로 끝나는 일이 없도록 지도·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다.

(감사원 '육군본부 정기감사' 캡처) ⓒ 뉴스1

그러나 육군본부는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징계업무 관련 문제점들에 대해 "사단의 징계업무 현황을 보고받을 수 있는 규정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아예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올 한해 공군과 해군에선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육군은 올 7월1일부로 '성폭력 범죄 전담수사대' 조직을 확대하고 '성폭력 전담 특임 군검사' 제도를 신설하는 등 군내 성폭력 사건 대응 강화를 위한 나름의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 감사원 감사를 통해 이 같은 제도 개선책 이전에 육군의 기존 제도 운영에도 상당한 허점이 있었단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게다가 육군본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2009년 2월 이후 12년 만에 이뤄진 점, 감사대상 기간이 2016년 이후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그사이엔 또 얼마나 많은 군내 성폭력·성추행 등 사건을 쉬쉬하며 넘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는 육군에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닐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육군본부는 이번 감사결과를 받아들여 △징계 누락 사유를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징계업무시스템을 구축해 수사 및 법원 재판 진행 상황을 수시로 확인토록 하며, △징계규정을 개정해 징계권자의 자의적 징계권 행사를 방지토록 하는 등 예하부대의 징계업무처리에 대한 현실적 지도·감독이 가능토록 조치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충남 계룡대 정문에 육해공군본부 현판이 붙어 있다. 2021.6.4/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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