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모테기 '충돌'…"수출규제 유감"vs"WTO 제소 유감"(종합)

강경화 "수출규제 지속에 유감"…지소미아는 거론 않아
강제징용 문제 평행선…日 "자산현금화, 심각한 상황 초래할 수도"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을 만나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2020.2.15/뉴스1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한일 외교장관이 3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두고 서로 '유감'을 주고 받으며 맞붙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모테기 도시미쓰(茂木 敏充) 일본 외무상과 전화통화를 갖고,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지속되는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우리 측이 대외무역법 개정 등 적극적으로 노력해 일본이 제기한 수출규제 조치의 사유를 모두 해소했음에도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강 장관이 깊은 유감을 표한 것이다. 다만 이날 지소미아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모테기 외무상도 이날 강 장관에게 우리 정부가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한 것은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전날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수출 규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양국 간 대화가 계속돼 왔음에도 한국 측이 일방적인 발표한 데 유감"이라며 "수출관리 검토는 제도 정비 및 운용 실태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내세운 수출규제 강화 사유가 모두 해소됐다고 판단하고, 지난달 12일 '5월 말'까지 일본에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와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에 대한 일본 측의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가 제시한 답변 기한인 5월말까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으며, 이에 정부는 지난 2일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선 강 장관의 한국측 입장설명에 모테기 외무상은 도리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은 지난 2018년 10월 나온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존중해야 하고, 그에 따라 피해자 권리 실현 및 한일 양국관계 등을 고려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 장관이 이날 전화통화에서 이같은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을 전달하자, 모테기 외무상은 한일 관계의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인 일본 기업 자산현금화 문제를 두고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 등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현금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대법원 배상판결 이행을 위한 자산 매각명령을 법원에 신청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이 징용 소송 피고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에 대비해 한국 측 자산 압류와 한국산 제품 관세 인상 등의 두 자릿수의 보복 옵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강 장관과 모테기 외무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하에서 해외 체류중인 한일 국민의 귀국을 위한 양국 정부간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평가하고, 이번 감염병 사태 관련 협력을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아울러 양 장관은 최근 북한 상황에 대한 양국 입장과 평가를 공유하는 한편, 한일 현안 해결을 위한 양국 외교 당국 간 소통과 협의를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minss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