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헌재 결정 존중…위안부 피해자 명예회복 노력"(종합)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 각하…"기본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
사할린 징용 피해자 위헌심판 각하…"한인 피해 해결 노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9명과 피해자 유족·가족 12명이 한·일 위안부 합의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한일 위안부 합의' 위헌심판 대상 아니다"며 각하 결정을 했다. 2019.12.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외교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는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과 관련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외교부는 27일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가능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9명과 피해자 유가족 12명이 한일위안부 합의는 위헌이라며 낸 사건에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제기된 경우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헌재는 이 사건 합의의 절차와 형식에 있어서나 실질에 있어서 구체적 권리·의무의 창설이 인정되지 않았고, 이를 통해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됐다거나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헌법 소원을 낸 위안부 피해자들은 한일 위안부 합의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한 반면 외교부는 법리적·절차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는데, 헌재가 외교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헌법재판소가 2015년 박근혜정부가 일본정부와 발표한 '한·일위안부 합의'에 대한 선고를 내린 27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부산 출신 이옥선 할머니와 대구 출신 이옥선 할머니가 헌재의 각하 결정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중노출 촬영) 2019.12.27/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문제의 한일 위안부 합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5년 12월28일 한·일 양국이 발표했다. 일본정부가 사죄를 표명하고,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하는 대신 이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마무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를 배제한 당시 합의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언론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일본정부는 지난해 2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양국 합의를 뒤집는 주장을 반복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016년 3월 피해자와 그 가족을 대리해 헌법소원을 냈다. 해당 합의로 한국정부가 피해자들이 일본에 대해 갖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실현할 길을 봉쇄해 헌법상 재산권이 침해됐다는 이유에서다. 또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국가로부터 외교적으로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합의과정에서 피해자가 배제돼 절차 참여권과 알권리도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피청구인 자격으로 지난해 6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헌법소원 재판 청구를 각하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위안부 합의는 법적 효력이 있는 조약이 아니라 외교적 행위이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고 △개별 배상 청구권을 비롯한 법적 권리나 기본권이 직접 침해되지는 않았으며 △'고도의 외교적 행위'는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게 의견서의 취지다.

그러면서도 당시 외교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헌법소원의 법리적, 절차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등 절차와 내용 상으로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외교부의 의견서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외교부는 지난 2017년 7월 TF를 꾸리고 합의 전 과정을 검토했으며, TF는 위안부합의가 피해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일방으로 이뤄졌다고 결론 내렸다.

헌법재판소가 '한·일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 선고에서 각하 결정을 내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앞에서 원고측 이동준 변호사(왼쪽)와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이 재판 결과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뒤 자리를 뜨고 있다. 2019.12.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한편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국가 상대 헌법소원 역시 위헌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헌재 판단이 나온데 대해 외교부는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정부는 사할린 한인들의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가능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이날 사할린에 강제징용됐다 한국으로 영주귀국한 피해자들과 그 가족이 '한일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청구권 협정) 3조에 따라 국가는 개인적 재산권을 둘러싼 분쟁 해결을 위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위헌이라며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을 각하 결정했다.

헌재는 "정부가 자신에게 부여된 작위의무(적극적 행위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작위의무 불이행을 전제로 위헌을 주장하는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일제강점기 동원돼 러시아 사할린에서 강제노동을 한 피해자들은 받은 급여를 강제로 일본 우편예금이나 간이생명보험으로 예금당한 뒤 돌려받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청구권협정 3조에 따라 분쟁해결 의무가 있는 정부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건 헌법에 어긋난다며 지난 2012년 헌법소원을 냈다.

한국은 1965년 6월22일 일본과 청구권협정을 맺었지만 이 협정으로 개인적 재산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게 청구인 측 주장이다. 협정 체결 당시 사할린은 한국과 국교가 단절돼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일본은 협정으로 이들의 개인적 재산권이 소급해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본 우편예금과 간이생명보험엔 피해자들 노임 1억엔가량이 저축돼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minss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