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VD에 '불가역성' 빠졌다?…"비핵화에 이미 포함, 어불성설"
정치·물리적 여건 고려 신속 '불가역' 선회할 듯
관건은 역시 北신고서 제출…"불가역성 가늠 척도"
- 배상은 기자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미국이 최근 새롭게 제시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용어를 두고 기존 CVID에서 '불가역성(Irreversible)'이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6·12 정상회담 이후 아직 비핵화 프로세스 실질적 진척의 징후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FFVD로 재정의하고 시간표도 제시하지 않겠다는 유연한 태도로 전환한 것과 맞물려 '불가역성' 을 확보하기 보다는 현실적인 '핵 군축'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비핵화'는 어떤 용어를 쓰든 자체적으로 불가역성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과연 북한과 협상에서 '어느 정도의' 불가역성을 확보하느냐는 것 일 뿐, 목표가 FFVD로 바뀌었다해서 불가역성을 포기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협상 초기 단계에서 CVID 용어 자체에 대한 북한의 정치적 거부감을 고려해 FFVD로 대체했다고"며 "이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 내용에도 불가역성의 기본적 의미는 내포돼있고 후속 협상에서 북한의 적극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과연 어느 정도, 예컨대 영구적 혹은 5년이나 10년 동안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의 불가역성이 확보될 지 여부는 CVID 용어에도 들어가 있지 않으며, 이는 북미가 협상을 통해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가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핵화의 시간은 정치적 결정의 산물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가역성' 또한 누구의 관점과 이해에 입각하느냐에 따라 내용과 순서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만큼 미국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최대한의 불가역성을 얼마나 신속하게 확보할 지 여부이며, 트럼프 행정부는 촉박한 국내 정치적 일정과 물리적 여건을 고려해 빠른 시간 안에 '잠정적인' 불가역적 단계로 진입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북미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 완화 시점과 관련 비핵화 과정의 기술적 물리적 방대함을 언급하면서 "비핵화가 20%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되돌릴수 없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며 불가역성 진입 여부를 그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서 방대한 비핵화 대상 가운데 북한이 초기단계에서 자발적으로 취할 선제적 조치들에 대한 합의를 통해 불가역성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프로세스 가동을 시작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으로부터 핵무기 시설에 대한 신고서 제출 일정을 확약받을 지 여부가 관건이다.
북한이 신고서를 제출하면 검증을 거쳐 구체적 폐기계획이 포함된 전반적인 견적이 나오는데, 그것이 어느정도의 불가역성이 확보될 지 여부를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비핵화 초기 과정에서 북한의 '자발성'을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한이 초기 단계에서 취할 선제적 조치로는 먼저 '미래 핵·미사일 개발 포기'의 의미가 있는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와 핵무기 연구소 해체가 꼽힌다. 이후에는 고정식 미사일 발사장 및 미사일 발사 지휘소와 레이더 시설 폐기와 전략군 해체, 영변의 핵심 핵 시설 불능화를 비롯한 자체적인 핵 능력제거 조치가 가능하다.
이러한 조치들이 연말까지 일정 수준 취해질 수 있다면, 이는 상당 수준의 불가역성이 북한의 자발성을 통해 확보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신고서 제출까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미국은 국제 콘소시움 형태의 사찰단을 꾸려 북한의 신고 내용을 검증·사찰하고 더 높은 수준의 불가역성을 확보하는 다음 단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에 '언제 어떤 식으로' 체제보장 및 제재완화(해제)의 보상을 제공할 지 여부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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