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 6년반 만에 방일…北문제 집중하며 관계복원 물꼬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주년, 관계 개선 의지 고조
文-아베, 과거사·실질협력 '투트랙' 전략 유지 전망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우)ⓒ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9일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과 한·일 정상회담 진행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다. 한국 대통령의 방일은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 이후 6년 5개월 만이다.

올해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주년을 맞아 양국 모두에서 관계 개선 의지가 높은 상황. 문 대통령의 이번 방일을 통해 그간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로 교착상태가 이어졌던 한일관계 복원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한 방한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지만, 위안부 합의 이행문제와 한미 군사훈련 연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양국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최근엔 시민단체와 정부가 마찰을 빚고 있는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일본군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 문제는 양국 관계에 놓인 장애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일본 측이 납북자 문제 해결과 북일관계 개선에 관심을 보이고, 우리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일본의 지지와 협력이 필요한 입장이어서 양국 관계가 급속히 회복할 계기가 마련된 상황이다.

1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먼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와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3국간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이어 아베 총리와 양자회담 및 오찬협의를 갖고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방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협력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한일 정상회담은 이번이 네 번째다. 한일정상은 지난해 7월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때 첫 정상회담을 가졌고 그해 9월7일 러시아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두 번째 회담을 가졌다.

이후 양 정상은 올해 2월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아베 총리가 방한하면서 세 번째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아울러 전화통화는 남북정상회담 다음 날이였던 지난달 29일까지 총 12차례 실시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아베 총리와 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일본의 북일 국교 정상화 의사와 납북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북일 사이 다리를 놓는데 기꺼이 나서겠다"고 말했다.

대북대화국면을 한국이 주도하면서 '재팬 패싱' 우려가 제기됐던 일본 정부는 북미회담 성공시 곧바로 북일 수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과거사 청산은 북일 수교 과정에서도 피해 갈 수 없는 문제 중 하나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맺은 '평양 선언'을 비롯 북한은 일본이 양국간 수교를 추진할 때마다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식민지 통치 배상금을 요구했다.

이제 핵을 폐기하고 대신 "경제건설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천명한 북한은 이번에도 일본이 북일수교를 추진할 시 경제개발 종자돈 마련을 위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 실현 과정에 일본의 협조가 필요한 문 대통령에게 일본 과거사 문제는 현재 국면에서 "꺼내기 불편한 카드"일 수 밖에 없다. 이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원하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은 과거사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한 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경제협력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가 1일 오전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를 시도하자 경찰이 노동자상을 에워싸며 막아서고 있다.2018.5.1/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방일을 한일관계 개선 계기로 삼기 위해 과거사 문제에 있어 정책적 연속성은 유지하되 안보·경제 관련 실질 협력을 이끌어내는 투트랙 접근을 지속할 것"이라며 "일본 역시 강제징용노동자상 등 과거사 문제에는 각자의 기존 입장을 유지한 채 현 상황에서 더 긴급한 현안인 북한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본 언론에서는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 최근 통화에서 일본 총영사관 앞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 문제를 거론했지만 "한국 정부 입장을 고려해" 이를 공표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 교수는 향후 북일 수교 과정에서 과거사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북일간 관계 개선 지지 입장에서 구체적인 부분은 양자관계에서 해결토록 하는 일반적인 원칙에 철저하게 부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bae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