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제재담당 재무차관 '조용한' 방한…北 압박 부담?

기자간담회 취소, 韓 고위급 요청 있었던 듯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시걸 맨델커(Sigal Mandelker) 미국 재무차관을 만나 가상통화와 관련한 자금세탁 방지 조치 강화 및 국제 공조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담당하는 시걸 맨델커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비공개 일정만 소화한 후 한국 방문일정을 끝냈다. 특히 미리 예정됐던 언론사 라운드테이블을 취소한 것은 우리 정부 차원의 요청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맨델커 차관은 25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과 각각 비공개 면담을 하고 출국했다.

이도훈 본부장과 맨델커 차관의 오찬 협의에서 양측은 안보리 결의 이행, 미국의 신규 대북 독자제재조치 등 대북제재와 북핵문제 관련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측은 대북제재 압박과 관련 한미 간 빈틈없는 공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앞으로도 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견인하기 위한 한미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24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추가 대북 제재를 발표한 점에 미뤄봤을 때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제재 내용을 설명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기조를 이어갈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남북관계에 이끌려 미국의 대북 정책이 변경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수도 있다.

맨델커 차관은 한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찾은 중국, 홍콩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자금 조달을 도운 북한 공작원들의 추방을 요구하는 등의 대북 압박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맨델커 차관의 이번 한국 방문에서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의 협의 일정이 사전에 알려지지 않았고, 예정됐던 기자간담회까지 취소한 것은 다소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통상 미국 고위급 인사의 순방 계기에 정부 측 인사와 만나는 일정은 사전에 공개됐었다.

더군다나 이날 미국이 북한에 대한 독자 대북제재안을 발표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했을 수도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는 26일 "기자간담회의 취소 사유에 대해 공유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고위급 인사의 방문 일정을 공개 여부가 양국 간 협의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만큼 한미 양국 간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 맨델커 차관의 메시지가 나올 경우 우리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맨텔커 차관의 기자간담회 취소 이유에 대해 "정부 윗선에서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의 이같은 요청에는 최근의 남북관계 분위기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 측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j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