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변 원자로 재가동 노림수는(종합)
본격 재가동 시 年 핵무기 1기 분량의 플루토늄 생산 가능할 듯
'6자회담' 재개 위한 압박용 카드...조속 재개 여부는 미지수
원자로 재가동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국제사회 압박 가중 가능성도
- 서재준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지난 4월 재가동을 선언한 영변 핵시설 내 5MW급 가스흑연 원자로가 재가동되고 있음이 국정원에 의해 공식 확인됨에 따라 10일 이와 관련한 북한 및 국제사회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국정원은 지난 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을 공식 보고했다.
앞서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지난 8월 31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통해 영변 핵시설에서 증기(steam)가 발생한 점을 발견했다고 주장한데 이어 지난 2일에는 원자로에서 수증기를 냉각하는데 사용된 온배수 배출이 포착됐다고 밝히며 원자로가 재가동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는 등 원자로의 재가동 정황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권 이후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하며 이미 북한이 전략적으로 원자로의 재가동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었다.
내부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선전효과를 통해 체제 결속을 도모하는데 활용함과 동시에 지난 2008년 이후 중단되고 있는 6자회담 등 국제사회와의 대화를 위한 압박 카드로도 쓸모가 있다는게 북한 측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 중국 등 주요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오히려 실질적인 핵무기 제작으로 이어지는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 및 핵물질 생산활동을 통해 압박의 강도를 높힘으로써 국제사회에 조속한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보다 강하게 부각시키는 충격 요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변 원자로에선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통해 연간 핵무기 1기 분량에 해당하는 플루토늄 6㎏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문가들은 북한의 현재 기술력으로도 생산된 플루토늄을 이르면 1년 안팎의 시기에 핵무기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또 한편으론 최근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에서 열린 민관 합동 세미나에, 리용호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말 독일과 영국에서 진행된 미국 전직 관료 및 학자들과의 세미나에 각각 참석해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해온바 있어 원자로의 재가동은 이러한 요구가 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입장임을 내세우는 회심의 '카운터 펀치'로 작용하기를 기대했을 것으로 보는 관측도 가능하다.
아울러 북한이 영변 이외에서도 다른 핵시설을 건설하거나 이미 가동을 시작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1994년과 200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한 핵사찰을 주도한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은 지난 9일 미국 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영변 외에도 북한에 적어도 4곳의 핵시설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노넨 사무차장은 "적어도 핵연료 제조공장이 1~2개, 우라늄 농축 연구시설, 농축우라늄의 원료인 육뷸화우라늄 생산 공장 등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며 "핵연료를 어디서 생산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RFA는 보도했다.
다만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북한의 의도가 먹히는 쪽으로 돌아가지는 않는 양상이다.
북한은 최근 지난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에 따라 결의된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며 다소 소원해진 중국과 관계회복을 시도, 중국 역시 6자회담 우선 재개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아울러 북한이 궁극적으로 양자대화의 상대로 원하고 있는 미국은 내부적으로는 최근 연방정부의 부분폐쇄로 인한 초유의 사태 수습에 주력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시리아 및 이란 문제에 더 주력하는 모양새다.
우리 정부 역시 "진정성 있는 북한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북한의 선조치'를 요구하는 한미의 부동자세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과의 핵문제를 둘러싼 협상에서 북한측의 도발, 합의, 보상, 또 도발 이러한 패턴이 계속돼 왔다"며 "그리고 북한은 이러한 과정에서 핵능력만을 고도화 시켜왔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는 대화가 돼야 하는데 아직 북한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 사항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이번 재가동이 오히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가중시켜 북한에 악재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6년과 2009년 북한의 1, 2차 핵실험 이후 각각 결의안 '1718호'와 '1874호'를 채택해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북한의 모든 핵 관련 활동을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핵 관련 대화가 수년째 계속 공전하는 상황이 오히려 북한에 핵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어 이번 영변 원자로 재가동의 공식 확인이 향후 우리 정부와 미국 등의 입장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다.
아울러 지난달 말 독일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리용호 부상 등을 만났던 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진지한 입장을 정리해놓고 있다"며 "대화의 전제조건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나 비핵화 협상의 용의가 있다는 것도 북한의 입장 중 하나다"고 말해 향후 북한 역시 대화국면에서 다소간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일 수도 있다는 시각을 나타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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