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北에 제시한 '2·29 보다 강한 수준' 조치는

우라늄농축중단,핵실험 유예 외에 핵시설 공개 및 남북관계 관련 요구일수도

지난해 베이징에서 북미간 비핵화 관련 합의로 도출됐던 '2·29 합의'의 내용에는 북한에 대한 영양(식량) 지원의 대가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핵·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 입북 허용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합의 직후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사실상 무산됐다.

북한은 이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본격 집권과 동시에 핵의 경량화와 상용화에 매달리며 결국 올해 2월 제3차 핵실험까지 강행했다.

한미일 3국이 이번에 2·29 합의보다 더 강한 수준의 대북 의무 부과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북한의 이러한 도발적 행동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2·29 합의를 깨고 결국 핵실험까지 강행한, 합의위반의 묵과할 수 없는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제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강한 수준의 약속과 합의 이행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강한 수준'의 조치는 2·29 합의의 이행을 기본 전제로 확보하려는 것이지만 한미일 3국은 여기에 '+α'의 형식의 추가적 요구사항도 제시하려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3국은 이날 2.29 합의 이외의 구체적인 추가 요구사항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비핵화 관련 조치사항에 더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실질적 태도 변화를 희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비핵화 관련 조치사항으로는 가깝게는 지난 2월 제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대북제제결의안의 준수부터 지난 2005년 6자회담에서 채택됐던 9·19 공동성명의 실질적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기본적인 사항에 해당한다.

다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권 이후 줄곧 핵탄두의 상용화 및 경량화에 전력해 온 북한의 입장에서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복귀를 요구하고 있는 9·19 공동성명의 즉각적인 이행에 동의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때문에 3국은 우선적으로 우라늄농축 중단과 함께 영변 등에 있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관련 시설의 공개와 이를 검증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단 재입북을 논리적 우선순위에 따라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다시 IAEA의 감독을 받는것 역시 9·19 공동성명에 포함된 내용인만큼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면 9·19 공동성명의 단계적 이행을 도모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실제 19일 미 국무부가 발표한 '미디어 노트'에 따르면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는 북한의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9·19 공동성명 이행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에 대한 온전하고 투명한 집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디어 노트는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에도 3국이 합의했다"고 밝혀 이와 관련한 요구도 '+α'에 포함될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 남북관계 최대 현안은 당국간 회담 무산이후 개성공단 정상화 등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미일 3국은 그러나 구체적인 현안을 명시하기 보다는 북한과의 본격적 대화에 앞서 '군사도발을 포함한 대남 긴장 조성 행위 금지'의 형태로 포괄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한미일 3국이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위해 IAEA의 사찰 재개와 별도로 현재 북한 정부가 추진 중인 핵 프로그램의 전면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그간 핵탄두의 상용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의 전면적 공개도 이에 대한 반대급부가 명백하게 제시되지 않을 경우,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의 경우, 관련 시설은 현재 북한에 의해 의도적으로 공개된 영변 이외의 지역에도 다수 존재할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북한의 구두 약속을 믿기는 어렵다는 것이 한미일 3국의 일반적인 정서지만 북한이 핵포기 또는 그 전단계에 이르기까지의 로드맵을 제시하라는 압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와함께 일부에서는 한미일 3국의 '강한 수준의 비핵화 조치 이행' 요구가 향후 북한에 대한 중국이 좀 더 무게있는 역할을 하라고 요구하는 압박 차원인 것으로도 풀이하고 있다.

오는 27일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때와 마찬가지로 단호한 북핵 입장을 내놓도록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을 방문중인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워싱턴에서 바로 베이징으로 이동, 오는 20~21일 중국을 방문해 한미일의 '2·29 +α'에 대한 입장을 설명한 뒤 중국측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seojib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