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년 넘게 못 받은 건보재정 2485억…불법기관 잡아도 환수 '막막'
사무장 병원·면허 대여 약국 기승…부당이익금 '꼼수 은닉'도 증가
불법개설 전 재산 빼돌리기도…불복 소송 장기화 등도 걸림돌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의료인 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과 '면허 대여 약국(면대 약국)'을 적발하고도 3년 넘게 돌려받지 못한 건강보험 재정이 약 248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개설기관을 찾아내더라도 이미 재산을 빼돌렸거나 수사·소송이 장기화하면서, 실제 환수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환수 결정 이후 3년 이상 징수하지 못한 부당이득금은 총 2484억 83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사무장 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 19곳에서 443억 4700만 원을, 면대 약국 18곳에서 2041억 3600만 원을 각각 거둬들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미징수액의 82.2%가 면대 약국에 집중돼있는 것으로, 약국 한 곳의 경우 미징수액이 751억 9400만 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무장 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사 등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하는 곳을 의미하며, 면대 약국 역시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사 명의를 빌려 약국을 운영하는 곳을 가리킨다.
이들 기관에 지급된 건보 요양급여비용은 적발 이후 부당이득금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
문제는 적발하더라도 실제로 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단에 따르면 불법개설기관 개설 이전부터 재산을 숨기는 경우 등이 있어 환수 대상자 가운데 무재산자 비율은 75.3%에 달했다.
또한, 재산을 갖고 있더라도 후순위 채권처럼 실제 환수에 활용하기 어려운 재산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수사와 소송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도 걸림돌이다. 지난 2021~2025년 불법개설기관 관련 수사에는 평균 13.5개월이 걸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 기간 의료기관이 폐업하거나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가 발생하면 공단이 환수할 재산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불법개설기관에 지급된 건보 급여가 이미 임대료와 인건비 등 운영비로 소진되는 경우도 있다.
기관이 환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시간은 더 길어진다. 관련 행정소송이 끝나기까지 평균 23개월, 형사소송은 평균 22개월이 걸렸다. 공단은 재판이 끝나야 강제집행을 진행할 수 있어 소송이 길어질수록 환수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한 이후 환수하는 방식만으로는 건보 재정 누수를 막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조사 단계부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서미화 의원은 "건보 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도 재산을 은닉하는 등 꼼수를 부리는 불법개설기관 고액체납자들의 부당이익금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해야 한다"며 "특사경 도입을 통해 건보 재정 누수를 막고, 부당 이득자들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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