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립준비청년 5년간 44명 하늘로…"촘촘한 사후관리 절실"

오롯이 자립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 겪어…사각지대 놓인 이도
서미화 "필요한 순간마다 도움받도록 국가·사회가 버팀목돼야"

시설을 나와 홀로서기에 나섰던 자립준비청년 최소 44명이 최근 5년 사이 숨졌다. 정부가 보호종료 후 5년간 사후관리를 지원하지만, 연락이 끊긴 청년도 3702명에 달한다. 보호종료를 자립의 시작으로 만들기 위한 각계의 촘촘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시설을 나와 홀로서기에 나섰던 자립준비청년 최소 44명이 최근 5년 사이 숨졌다. 정부가 보호종료 후 5년간 사후관리를 지원하지만, 연락이 끊긴 청년도 3702명에 달한다. 보호종료를 자립의 시작으로 만들기 위한 각계의 촘촘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44명 중 25명 자살 추정…알려지지 않은 사례 더 있을 수도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보건사회정보원과 자립지원전담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립준비청년 44명의 사망이 추정됐으며 이 가운데 25명은 자살로 추정됐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보건사회정보원과 자립지원전담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립준비청년 44명의 사망이 추정됐으며 이 가운데 25명은 자살로 추정됐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다양한 이유로 보호 대상이 된 아동은 원칙적으로 18세, 연장된다면 25세까지 보호를 받고 그 이후에는 자립하게 된다. 자립준비청년이라고 불리며 보호종료 후 1000만 원~2000만 원의 자립정착금, 월 50만 원의 자립수당 그리고 5년간 안정적인 자립을 위해 국가의 사후관리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립준비청년의 사망사건이 발생했을 때 각 전담기관은 자립지원 업무매뉴얼에 따라 사망 경위를 파악하는 동시에 광역자치단체와 국가아동권리보장원에 보고하고 보장원은 또 복지부에 이 사실을 전하게 된다.

특히 자살인 경우 전담기관은 사건보고와 함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친족, 주변인, 종사자 등 유족 본인 의사에 따른 심리부검과 사후대응 서비스를 연계하고 있다. 이로써 밝혀진 게 44명의 사망과 이 중 25명의 자살이며 실제로 알려지지 않은 사례는 더 많을 수 있다.

자립준비청년은 갓 성인이 된 사회초년생으로 이들은 오롯이 자립하기에 현실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복지부의 2023년 자립지원실태조사를 보면 자립준비청년이 보호 종료 후 경험한 가장 큰 어려움은 26.9%가 거주 문제, 23.2%가 돈 부족 문제, 17.9%가 취업 정보와 자격 부족이었다.

뒤이어 7.2%가 돈 관리 지식 부족, 6.2%가 외로움과 심리적 부담 등을 호소한 가운데 자립준비청년이 언급한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6점으로 전체 청년 6.72점보다 낮았을뿐더러 자살생각 유경험률은 46.5%로 전체 청년 10.5%보다 높았다.

보호종료 후 선택권 보장 전제로 사후관리, 지지 중요

최근 5년간 보호가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은 총 7395명이다. 이들 중 사후관리 대상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만 2641명이다. 그런데 자립준비청년 중 사후관리 과정에서 연락 두절된 사람은 5년간 3702명에 달한다.

연락 두절은 연락처 변경이나 거주지 이전으로 주거지 파악이 곤란한 경우 등 자립 수준의 평가가 불가한 상태다. 스스로 연락 거부 또는 타 시설 입소나 의사소통 곤란 등 연락이 곤란하거나 자립 수준 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모니터링만 되는 '기타' 분류와는 다르다.

자살생각 유경험률이 전체 청년보다 높아 우려를 자아내는 한편, 상당수 자립준비청년이 사후관리 등 지원 체계에 연결돼 있지 않아 제때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자립준비청년 지원 현장과 자살예방 전문가들은 보호종료 후에도 청년의 선택권 보장을 전제로 서비스 연결 노력 등 진일보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청년의 삶을 지탱해 주는 정책은 물론, 낙인 예방 등 심리·정서적 지지가 수반된다는 취지다.

국민생명안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5년으로 한정된 사후관리를 넘어 지속적인 사례관리와 실질적인 사회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선배 자립준비청년이 후배를 돕는 동료상담가 양성 등의 제도적 뒷받침도 요구된다고 첨언했다.

백 교수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지속 확대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관계망 형성에 대한 어려움, 사기·취업난·편견 등으로 실패와 좌절을 겪을 위험은 여전하다"면서 "보호가 끝난다고 국가의 역할도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7월 자립준비청년이라는 명칭을 도입한 뒤 5년여간 정책을 지속 보완해 온 복지부 등도 연락두절 청년의 관리 절차를 구체화하며 전담기관이 바뀌어도 소통이 끊기지 않게끔 자립지원 업무매뉴얼을 개정하고 있다.

정기 사후관리 부분만 봐도 기존에는 "정기적으로 자립수준 평가·모니터링을 실시한다"는 수준에 그쳤다면 올해부터는 보호종료 3개월 이내 1회, 최초 실시 후 6개월 이내 1회, 이후 1년 이내 1회 이상 등으로 관리 주기를 명시했다. 현장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 뉴스1 유승관 기자

서 의원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준비청년들이 필요한 순간마다 언제든 도움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버팀목이 돼야 한다"며 "청년 한 명 한 명의 상황에 맞는 촘촘한 사후관리와 지원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