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규제했더니 '무니코틴' 활개…온라인 판매글 86% 폭증

무니코틴 표방 제품 4개 중 1개서 니코틴·유사니코틴 검출
"학교 주변 보호구역 관리, 유사니코틴 포괄할 규제 필요"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 ⓒ 뉴스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37년 만에 담배 정의를 확대한 개정 담배사업법 시행 이후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이 온라인·무인 판매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 게시글은 86% 급증했으며 무니코틴 표방 제품 4개 중 1개꼴로 니코틴이나 유사니코틴이 검출되는 등 규제 사각지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는 담배사업법 개정 시행 이후 4개월간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변화를 분석한 결과 오프라인 매장은 줄었으나 무인 판매채널과 온라인 유통은 확대되는 등 시장 재편 양상이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그간 담배사업법은 담배를 '연초의 잎을 원료로 제조한 제품'으로 규정해 합성니코틴을 포함한 액상형 전자담배는 법적으로 담배에 해당하지 않는 규제 공백이 있었다. 따라서 정부는 법 개정을 거쳐 올해 4월부터 니코틴을 원료로 제조한 제품까지 담배로 인정했다.

매장 9.9% 감소…무인점포는 늘었다, 10곳 중 1곳 학교 주변

센터가 서울·경기 지역 액상형 전자담배 매장을 조사한 결과 법 시행 직전인 3월 오프라인 매장은 2643곳, 무인 자판기 매장은 309곳으로 집계됐다. 무인 자판기 매장은 서울 강남구 136곳, 경기 수원시 134곳으로 두 지역에 집중됐다.

법 시행 4개월 후인 8월 재조사 결과 오프라인 매장은 2381곳으로 262곳 감소했지만, 무인 자판기 매장은 314곳으로 소폭 늘어났다. 이를 두고 센터는 "신규 진입과 폐업이 동시에 나타나며 시장 자체가 급격히 축소되기보다는 사업자 단위의 재편이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 시행 이전 시점 기준 온라인 지도 프로그램에 위칫값을 반영할 수 있는 매장 2468곳 중 10.9%인 270곳은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상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 위치했다. 이 가운데 학교 출입문 반경 50m 이내 절대 보호구역 내 매장도 4곳 확인됐다.

법 시행 이후 새로 문을 연 무인 자판기 매장 15곳 중 보호구역 내에서 영업 중인 곳은 확인되지 않았던 반면 같은 기간 폐업한 8곳 중 4곳은 보호구역 내부 또는 경계 인접 지역에 위치했다. 센터는 이 결과를 매장 위치 지도 서비스와 연계해 지속 관리할 계획이다.

합성니코틴 막았더니 '무니코틴' 우회…규제 사각지대 발견

센터는 법 시행 전 전자담배 업계가 합성니코틴 원료를 대량 확보한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합성니코틴 수입량은 전년 대비 약 3배 증가했으며 유사니코틴 역시 규제 시행 시기를 전후해 수입이 급증했다.

정부 합동 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5월까지 유사니코틴 수입 통관량은 15톤에 달했고 이 중 약 13톤이 올해 1~5월에 집중됐다. 특히 센터는 합성니코틴이 담배 규제 대상에 포함된 뒤 시장 일부가 규제 밖 대체물질로 이동한 정황을 분석했다.

센터가 포털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액상' 판매 게시글을 검색한 결과 4월 14일 2만 7774건에서 8월 8일 4만 2437건으로 86.3% 증가했다. 센터는 "법 시행 이후에는 단순히 '무니코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대신 성분분석 결과지를 첨부하는 방식으로 홍보 수법이 정교해졌다"고 전했다.

제품의 신뢰성 문제도 확인됐다. 정부가 온라인에서 팔리고 있는 '무니코틴' 표방 액상형 흡입 제품 105개를 수거·분석한 결과 25개(23.8%)에서 니코틴 또는 유사니코틴이 검출됐다. 약 4개 중 1개꼴로 니코틴이 검출된 제품은 13개, 유사니코틴이 검출된 제품은 12개였다.

특히 6-메틸 니코틴은 니코틴과 동일하게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작용해 의존 형성과 관련된 생리 작용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일부 해외 연구에서는 기존 니코틴보다 높은 효력과 세포독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국내외 유해성 자료는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태다.

심지어 무니코틴 제품 사용이 청소년 흡연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질병관리청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니코틴이 포함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기준으로 집계된다.

따라서 청소년이 스스로 무니코틴 제품을 사용했다고 인식할 경우 실제 사용 경험이 통계에 포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온라인 판매 확대, 무인 판매 채널 증가, 무니코틴 제품 확산 등이 맞물릴 경우 청소년 접근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이성규 센터장은 "담배 정의 확대는 37년 만의 제도적 진전"이라면서도 "합성니코틴 재고 비축과 유사니코틴·무니코틴 제품으로의 대체가 규제의 실효성을 지연시키고 있다. 학교 주변 보호구역 관리와 니코틴 유사 물질 전반을 포괄하는 정교한 규제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