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진 허용' 101개국은…의사 처방 기본, 비대면 진료·배송 복용
한국, 보수적 접근…초기 2년 의사 원내 처방·조제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도입을 공식화한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은 이미 전 세계 101개국에서 허용된 데다 일부 국가에서는 비대면진료와 우편 배송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초기 2년은 병의원 내 의사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둔 한국은 보수적이라고 평가받을 만한 대목이다.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구용 임신중지 의약품은 전 세계 101개국에서 허용돼 있다. 1998년 중국과 프랑스를 시작으로 1991년 영국, 1992년 스페인에 이어 1999년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러시아, 스페인, 스위스 15개국에 도입됐다.
뒤이어 미국은 2000년, 호주는 2012년, 캐나다는 2015년, 일본은 2023년에 허가했다. 다만 국가마다 처방·조제 방식과 임신주수 제한 등 규제 수준은 다르다. 우선 한국 정부는 임신 9주(63일) 이내 사용을 전제로 도입 초기 2년간 의사가 병의원 내에서 처방·조제하는 방식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산부인과에 내원해 의사 진료를 받고 유산유도 성분 '미페프리스톤' 한 알을 먹은 뒤 24~48시간 이후 자궁경관 숙화를 통해 분만을 유도하는 성분으로 알려진 '미소프로스톨' 네 알을 복용하고, 7~14일 이내 산부인과를 재방문해 경과를 확인하는 과정을 검토 중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의료인의 진료를 토대로 약국 방문·우편 배송 등 다양한 전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약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프랑스와 영국 등은 이미 의료인과의 원격진료(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처방전을 공유받은 약국은 약을 환자에게 배송할 수 있게 했다.
미국은 연방법상 의약품 규제와 각 주의 낙태 관련 법률이 별개로 작동 중이기는 하나, 의료진이 처방하고 인증된 약국이 조제해 환자에게 배송할 수 있다. 약물을 받아들인 지 10여 년 된 캐나다와 호주 등에서는 의료진 처방을 거쳐 약국에서 약을 수령한 뒤 집에서 복용하면 된다.
약물을 최근에 도입한 일본에서는 병의원의 관여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재택 복용은 허용되지 않은 채 병의원 내에서 복용하고 입원하거나 병원 내 관찰을 거쳐야 한다. 한국 정부는 우선 일본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설계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에서 음성적으로 약물 유통이 이뤄졌으며 여성의 안전·건강권이 저해되고 있는 실태를 고려한 판단으로도 풀이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5년여간 적발한 온라인 불법 판매·알선 광고는 3189건에 달한다. 실제 거래 규모는 이보다 더 클 전망이다.
중국산 가짜를 정품으로 속여 판매한 사건도 발생하는 등 국가체계 아래에서 안전하게 임신중지가 이뤄질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년 1분기까지 허가·심사를 마치는 동시에 보건복지부는 의료현장에서의 사용 관리 방안을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2년간 의사가 병의원 내에서 처방·조제하게 된 데에는 약사의 조제 등에 관한 법적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당초 헌법재판소의 불합치 결정은 의사낙태죄와 자기낙태죄에 관한 내용이었고 약사는 조제·판매하면 형법상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게 법무부 유권해석이 나온 바 있다.
만약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거나 안전성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의사의 원내 조제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약사단체는 "약을 처방한 의사가 다시 약을 짓는 방식이 환자에게 적절할지 따져보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약사단체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은 전날(16일) "정부가 미프진이 특별한 안전관리가 필요한 의약품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오히려 이중 안전장치를 제거하려고 하는 것은 난센스"라면서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의약분업의 기본 원칙을 예외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ks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