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도 산업이다"…속도·안전 모두 잡을 K-바이오 해법은
[줄기세포 연간기획]⑪ 패스트트랙 도입 논의…신속 치료·검증 병행
국가 임상·데이터 플랫폼 필요…산업 성장·환자 보호 함께 잡는다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줄기세포를 중심으로 재생의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한국도 연구 단계에 있는 기술을 임상과 실제 치료, 산업화까지 속도감 있게 연결할 수 있도록 길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건은 속도와 안전을 함께 잡는 것이다. 가능성이 확인된 치료법은 환자에게 더 빨리 적용하되, 치료 이후 효과와 부작용을 장기간 추적해 검증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은 재생의료 특성을 고려한 신속 개발·허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도 첨단재생바이오법을 토대로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산업계에서는 유망 기술이 임상과 허가·치료까지 빠르게 이어질 수 있게 제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일본은 재생의료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안전성이 확인되고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경우 일정한 조건과 기한을 붙여 먼저 승인할 수 있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대신 승인 이후 실제 환자에게 사용하면서 효과와 안전성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조건·기한부 승인은 원칙적으로 최대 7년이며 기업은 이 기간 추가 자료를 확보해 다시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미국 역시 '재생의료 첨단치료제'(RMAT·Regenerative Medicine Advanced Therapy) 지정 제도를 운영 중이다. 중증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대상으로 초기 임상에서 가능성이 확인된 세포·유전자치료제는 신속한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도 첨단바이오의약품 신속처리 제도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재정적 지원을 더해 연구 단계의 재생의료 기술을 임상으로 연결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부 202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원천기술의 임상 연계를 위한 '재생의료 전주기 지원'에 302억 원을 편성했다. 차세대 유전자·세포치료 임상연구에는 260억 원을 투입하고 바이오 인공조직 연구에도 신규로 63억 원을 지원한다.
박소라 재생의료진흥재단 원장은 재생의료가 하나의 산업으로 더욱 성장하려면 임상연구와 치료, 제품화로 이어지는 시장 자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현재 첨단재생바이오법은 복지부가 임상연구와 치료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허가와 제품화를 담당하는 두 축으로 운영된다"며 "해당 법에 기반해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임상연구와 치료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시장이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빠른 시장 진입이 곧 검증 완화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시각이다. 특히 환자 수가 적은 희귀·난치질환은 대규모 임상이 어려운 만큼 치료 기회를 앞당기는 대신 실제 사용 과정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계속 확인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국가 차원의 재생의료 데이터 체계다. 줄기세포 치료는 세포를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떤 환자에게 어떤 세포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치료 후 상태가 무엇이 달라졌는지, 이상반응은 없었는지 등을 지속해서 확인해야 한다.
국내에도 기본적인 안전관리 장치는 마련돼 있다. 첨단재생바이오법에 따라 안전관리기관은 첨단재생의료 실시 정보를 수집·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장기추적조사를 실시한다.
첨단바이오의약품 역시 줄기세포 등을 포함한 세포치료제를 장기추적조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별도의 시스템을 통해 투여 내역과 장기적인 이상사례 발생 여부를 관리한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이렇게 쌓이는 정보를 환자 안전관리뿐 아니라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도 활용하는 것이다.
여러 병원에 흩어진 치료 정보를 같은 기준으로 모으면 어떤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효과적인지 비교할 수 있다. 기업은 이를 후속 임상시험과 신약개발에 활용하고 정부도 새로운 치료법의 안전성과 효과를 판단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재생의료는 희귀·난치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 한 명의 치료 데이터도 중요하다. 대규모 임상이 어려운 질환일수록 여러 의료기관에서 쌓이는 실사용데이터(RWD·Real World Data)를 연결해 장기간 치료 효과와 부작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병원마다 다른 치료 결과와 이상반응 기록 방식을 표준화하고 같은 환자를 장기간 추적할 수 있는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연구와 규제 판단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준도 필요하다.
재생의료 산업을 키운다는 이유로 치료 문턱만 낮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줄기세포에 대한 환자의 기대가 높은 만큼 충분한 과학적 근거 없이 효과를 내세우는 시술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약처 허가를 받은 첨단바이오의약품과 첨단재생의료 치료, 일반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이른바 '줄기세포 시술'의 차이를 일반 환자가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산업 육성과 환자 보호를 서로 별개의 가치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제도 안에서 연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망한 기술은 개발 초기부터 정부가 임상과 허가 전략을 지원하고 일정 수준의 안전성과 치료 가능성을 확인하면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대신 치료 이후에는 효과와 이상반응을 계속 추적해 결과를 데이터로 남겨야 한다.
효과가 확인된 기술은 후속 임상이나 정식 허가로 연결하고 효과가 부족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확인되면 치료를 중단하거나 사용 범위를 제한하는 구조다.
제품의 품질관리도 중요하다. 세포를 이용하는 치료제는 안전성과 효과뿐 아니라 일정한 품질의 세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평가 대상이다.
일본의 조건·기한부 승인 역시 '먼저 허용하고 끝내는 제도'가 아니다. 빠른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일정 기간 추가 자료를 확보해 다시 검증하도록 하고 있다.
박 원장은 "줄기세포를 비롯한 재생의료가 연구실 속 기술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기업의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병원과 기업, 정부가 임상과 치료 데이터를 연결하고 이를 다시 연구개발과 규제 판단에 활용하는 생태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K-재생의료의 경쟁력은 환자 안전과 산업 성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데 있지 않다.
치료 기회를 앞당기고 시장의 외연은 넓히되, 환자에게 적용된 이후의 효과와 안전성까지 끝까지 확인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한국이 글로벌 재생의료 경쟁에서 풀어야 할 다음 과제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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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줄기세포 치료는 재생의학의 핵심 기술로 부상했지만, 임상 근거 부족·과장 광고·규제 공백 등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국내외 연구·산업 현황을 짚고, 법·제도 미비와 시장 혼탁 문제를 진단한 뒤, 한국형 재생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