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반만에 미프진 허용됐지만 후속입법 언제쯤…의견차도 커

21대 국회서 정부안 제출됐지만, 기한 만료로 폐기
"자기결정권 보장" vs "태아 생명 보호" 논쟁 지속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6.9.16 ⓒ 뉴스1 이종덕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16일 인공임신중지 약물 '미프진' 도입을 공식화했다. 낙태죄가 7년 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뒤 제도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어 향후 후속 입법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낙태에 대한 인식차는 여전해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지는 불투명하다.

후속 입법 7년 5개월째 표류…약은 내년 1분기까지 도입

정부는 이날 '미프진'이라고 불리는 임신중지 약물 '미프지미소'를 내년 1분기까지 국내 제도권에 들여놓겠다며 임신 9주(63일) 이내 사용을 전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심사 후 허가한 뒤 도입 초기 2년은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 2019년 4월 형법상 '자기낙태죄' 조항(제269조 1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제270조 1항)에 대해 다음 해 말(2020년 12월)을 시한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나 국회와 정부의 후속 입법은 7년 5개월 동안 이어지지 않았다.

태아의 독자 생존이 가능한 임신 22주 내외 도달하기 전이면서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허용할 수 있다는 게 헌재 결정 취지다.

성평등가족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째 이어진 제도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임신 9주 이내 사용할 수 있는 알약 형태의 약품을 복용하는 형태로, 초기 2년간 병원에서 처방과 조제가 함께 이뤄지도록 하고 이후 의사 처방과 약국 조제 방식으로 단계적 확대·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21대 국회에서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의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으며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도 각각 두 법률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정부가 낸 형법 개정안은 임신 14주까지는 임신중지를 허용하고 24주까지는 사유에 따라 처벌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또 인공임신중절 방법으로 수술뿐만 아니라 약물을 포함하며 상담·숙려기간 등의 절차를 두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허용 주수와 방식 등에 대한 견해차로 입법화되지 않았고 2024년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때 정의당 등 진보정당과 여성계에서는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했으며 보수 종교계 등은 생명 경시를 이유로 낙태 허용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여러 개정안과 대안이 거론됐지만 합의에 실패했고 2021년 1월부터 수년간 입법 공백 상태가 이어져 왔다.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으나 여전히 견해차가 크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경우 올 하반기부터 국회 내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일부는 임신중지 허용 사유나 임신 주수 제한을 두지 않지만, 의사의 수술 거부권이 담긴 법안도 있다.

남인순·이수진·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솔 진보당 의원 등이 각각 대표로 발의한 법안은 자기결정권 보장에 초점을 뒀다. 약물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임신중지)을 허용하며 일부는 건강보험 급여 근거도 마련한다. 박 의원안은 임신중지 허용 사유나 임신 주수 제한을 법률에 두지 않았다.

반대로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태아의 생명 보호를 강조하면서 임신 22주 이내를 인공임신중절 수술의 한계로 정하고 의사의 수술 거부권을 담았다. 조 의원은 낙태 허용범위를 임신 10주 이내의 임신으로 한정하는 형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윤용근 "태아 생명도 지켜라" 등 비판도…韓총리 "여성 건강도 고려"

정부는 이날 임신중지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현행 법체계에서도 도입 가능하다는 법제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초기 2년은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게 했다. 약사의 조제 등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을 피하는 동시에 초기 안전관리와 사용 실태를 지켜보기 위해서다.

정부는 올 하반기 중 국회에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등에 대해 논의하겠다며, 관련 의견을 수렴해 입법에 참고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부 의원은 약물 도입 추진 등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는 등 이번 발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약물을 도입해서 태아를 죽이는 게 그렇게 시급하냐. 정부가 저출산 탓만 하지 말고 태아 생명부터 지키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며 약물 복용 뒤 출혈과 심리적 충격 가능성 등을 거론한 바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 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6.9.16 ⓒ 뉴스1 이종덕 기자

이에 대해 한 총리는 "현재 불법 유통되는 것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건강과 관련된 어려움도 겪고 있다. 불법적으로 구매하고 사용법을 잘 모르거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벌어진 건강상 문제도 있다"며 "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입법 공백부터 해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날 "도입 자체를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법적 보호를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응급의료 안전망과 의료인 법적 보호 장치를 촉구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