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료에 AI 심기 위해선 기술보다 사람·데이터·제도 중요"

의학한림원·보산진 포럼서 지역 의료 AI 확산 논의
상급병원 데이터 편중·현장 인력 부족 지적

16일 서울대학교병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마련한 제32회 보건의료포럼 'AI 기본의료, 지역에서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에서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2026.9.16 ⓒ 뉴스1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인공지능(AI) 기반 의료를 지역 현장에 정착시키려면 기술 개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 의료기관의 디지털 기반과 인력, 지역 데이터, AI 활용에 따른 보상·책임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AI 도입 실적보다 실제 환자의 의료 접근성과 치료 결과가 개선됐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16일 서울대학교병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제32회 보건의료포럼 'AI 기본의료, 지역에서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를 개최했다. 지난 7월 정부의 'AI 기본의료 전략' 발표 이후 학술계에서 마련한 첫 후속 논의다.

고상백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고령화 시대에 이제 지역 의료, 돌봄 정책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를 위해선 기술 발전과 함께 현장의 준비도 필요하다"며 "어떻게 의료 데이터를 연결하고,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등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논의에서는 지역 의료가 AI를 활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역 병원은 대형병원에 비해 전산 인프라와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의료취약지일수록 고령 환자 비중과 디지털 접근성 문제도 크다.

AI가 환자 상태를 감지하거나 진료를 보조하더라도 이를 확인하고 환자에게 설명하거나 후속 관리를 맡을 사람이 없다면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공공병원 전산망 구축과 유지비용, 현장 인력을 AI 투자와 함께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데이터의 지역 편중도 AI 의료 확산의 한계로 꼽혔다. 현재 개발되는 의료 AI 상당수가 상급종합병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대형병원에서 성능이 확인된 AI가 지역 병원에서도 같은 결과를 낼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관종별·다기관·전향적 검증과 함께 지역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활용한 학습·검증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동윤 울산의대 교수는 의료취약지의 고령화와 낮은 디지털 접근성을 고려하면 AI 협진 과정에서도 환자 곁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진료 이후 관리를 담당할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6일 서울대학교병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마련한 제32회 보건의료포럼 'AI 기본의료, 지역에서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 행사가 열리고 있다. 2026.9.16 ⓒ 뉴스1 문대현 기자
"도입보다 환자 결과로 평가"

의료계에서는 AI 활용을 가로막는 마지막 과제는 책임과 평가의 기준으로 보고 있다. AI를 참고해 진료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질지, AI 활용으로 늘어나는 의료진의 업무에 어떤 보상을 할지 명확하지 않으면 현장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AI 의료의 평가 기준을 기술 도입 자체에서 환자에게 나타난 결과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영성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책개발위원장은 이날 논의를 △기반 △지역 △제도 △평가 등 4가지 과제로 정리했다. 지역 의료기관의 전산 기반과 인력·비용을 마련하고 지역 데이터를 활용한 검증 체계를 구축하고, AI를 활용하는 의료진의 역할과 보상·책임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성과 역시 AI 도입 숫자가 아니라 안전성·환자 중심성·접근성 등 실제 의료서비스의 변화와 환자 결과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AI가 의료자원의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기술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민태원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장은 "규제와 인프라 등 현장 적용을 가로막는 요인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상원 의학한림원장은 폐회사에서 "AI 기본의료가 지역에서 작동하려면 기술만큼 사람과 제도가 준비돼야 한다는 것이 오늘 논의의 결론"이라며 관련 조건을 학술적으로 검증하고 정부에 지속해서 제언하겠다고 말했다.

16일 서울대학교병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마련한 제32회 보건의료포럼 'AI 기본의료, 지역에서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에서 패널토론이 진행 중이다. 2026.9.16 ⓒ 뉴스1 문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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