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먹던 메뉴 이름이 생각 안난다"…60대 권해효가 보여준 경도인지장애

SK케미칼, 단편영화 '영식스티' 기획…치매 조기관리 중요성 알려
전문가 "평소와 다른 변화 반복되면 단순 노화로 넘기지 말아야"

16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단편영화 '영식스티' 특별상영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희진 한양대 병원 교수, 배우 권해효, 감독 용이 (SK케미칼 제공)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카페에서 매일 먹던 디저트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미 집에 있는 LP를 또 주문하고, 평소 잘하던 음식의 간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아내가 3개월 넘게 맞아온 인슐린 주사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진다.

SK케미칼이 치매극복의 날(9월 21일)을 앞두고 JTBC와 공동 기획한 단편영화 '영식스티'의 한 장면이다. 2056년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평범한 60대 남성 '영식'의 인지기능이 조금씩 저하되는 과정을 약 15분 동안 그려냈다.

실제 부부인 배우 권해효와 조윤희가 극 중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췄으며, 대한치매학회가 의학 자문과 검수를 맡아 현실성을 높였다.

SK케미칼은 16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식스티 특별상영회와 관객과의 대화(GV)를 열고 작품에 담긴 치매 예방과 조기 진단의 의미를 소개했다.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용이 감독과 주연 배우 권해효, 의학 자문에 참여한 김희진 한양대 병원 신경과 교수 등이 참석해 영화 제작 과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건망증인 줄 알았는데…일상 곳곳에 나타난 '작은 변화'
단편영화 '영식스티'의 한장면. 주인공 영식 역을 맡은 배우 권해효가 경도인지장애로 혼란을 겪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영화는 극적인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에 집중한다. 분명 알고 있던 단어가 떠오르지 않고, 같은 물건을 다시 산다거나, 익숙한 공간에서 자신의 차를 찾지 못하는 식이다.

경도인지장애(MCI)는 인지기능이 이전보다 떨어진 것이 객관적인 검사에서 확인되지만, 대부분의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치매와 정상적인 노화 사이의 단계로 여겨진다.

대한치매학회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은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상당히 높다며, 조기에 발견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날 행사에서 김 교수는 "치매는 조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의료 현장에서 늘 강조해 왔다"며 "영식스티는 그런 메시지를 일반 관객들에게 쉽게 전달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내 미경의 태도였다"며 "환자의 자존감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위험을 감지하고, 남편이 증상을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려주는 모습이 보호자에게 굉장히 중요한 태도"라고 설명했다.

"2056년 내 모습일 수도"…젊은 세대에도 치매는 '남의 일' 아냐
16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단편영화 '영식스티' 특별상영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희진 한양대 병원 교수, 배우 권해효, 감독 용이 (SK케미칼 제공)

영화의 배경을 현재가 아닌 30년 뒤인 2056년으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치매를 먼 미래의 문제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언젠가는 자신과 가족이 마주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용 감독은 "지금 젊은 세대가 60대가 됐을 때를 생각해 봤다"며 "이것이 지금의 50대나 60대, 70대만 겪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 앞으로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어 2056년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는 마지막에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린 영식이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아가기로 결심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용 감독은 실제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 감독은 "저희 아버지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는데 처음에는 병원에 가는 것을 굉장히 주저하셨고 가족들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 힘들어했다"며 "그래도 병원에 빨리 가고 나니 오히려 아버지도 마음이 홀가분해하셨다"고 전했다.

권 배우는 연기를 하면서 치매나 인지장애를 특정한 모습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념했다고 한다. 같은 인지기능 저하라도 개인의 생활환경이나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배우는 "시각장애인이 이럴 것이라거나 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은 이럴 것이라고 일반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나 자신은 괜찮다고 너무 확신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치매 예방 첫걸음은 '나이탓' 하지 않는 것
16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단편영화 '영식스티' 특별상영회에서 배우 권해효가 발언하고 있다. (SK케미칼 제공)

전문가들은 평소와 다른 행동이 반복되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면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현상으로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이어질 위험이 높은 단계다. 기존 연구에서는 정상 노인의 연간 치매 전환율이 1~2% 수준인 데 비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매년 10~15%가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김 교수는 "평소와 다른 기억이나 행동의 변화가 반복되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고 의료진과 상담해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 상태를 알아야 그때부터 필요한 관리와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은 지난해부터 치매 예방 캠페인 '건뇌하세요'를 진행하고 있다. 치매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치매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방문 교육 프로그램 '건뇌교실'도 운영 중이다.

'영식스티'는 오는 18일 오후 6시 JTBC 공식 유튜브 채널 '드라마봐야지'에서 공개된다. 이후 JTBC와 JTBC2·JTBC4 등 TV 채널에서도 순차적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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