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독감 접종, 예방효과 높일 때"…노인회는 '이것' 요구

접종률 80% 넘는데 입원과 사망 여전…"백신 질 높여야"
"많이 맞히는 정책 넘어 이제는 잘 막는 백신으로 대응"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만큼 국내 고령층 독감 예방접종을 단순 접종률 확대에서 실질적인 예방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고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예년보다 이른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에 정부도 국가예방접종 일정 조정에 나섰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15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하자,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모든 어린이가 21일부터 접종받을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하고 어르신 접종 일정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일단 독감 국가예방접종(NIP·무료접종)은 오는 21일 생후 6개월~14세 어린이와 임신부를 필두로 10월 12일 75세 이상 어르신(1951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 3일 뒤인 10월 15일 70~74세 어르신, 4일 뒤인 19일 65~69세 어르신 등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만큼 국내 고령층 독감 예방접종을 단순 접종률 확대에서 실질적인 예방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고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고위험군부터 단계적으로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을 무료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면역노화 불가피…주요국, 고면역원성 백신 접종 활용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80% 이상으로 높지만, 독감 입원 환자의 약 70%와 사망자의 80% 이상이 고령층에 집중되는 등 질병 부담은 여전히 크다.

특히 나이가 듦으로 인한 '면역노화'로 백신 효과가 떨어지며, 국내 한 연구에서 2023~2024절기 고령층 예방효과는 약 14%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높은 접종률을 유지하면서도 연령·위험도를 고려해 실제 예방효과를 높이는 접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주요국은 고령층의 연령과 건강 위험도를 고려한 접종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22~2023절기부터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고용량·면역증강 독감 백신 접종을 일반 백신보다 우선 권고하고 있다. 독일 역시 만 60세 이상 고령층에게 고용량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차별화된 전략이 가동됐다. 대만은 올해부터 요양·양로시설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고면역원성 백신을, 일본은 만 75세 이상 초고령자를 대상으로 기존 표준용량 백신에 고용량 백신을 각각 추가 도입했다.

만 75세 이상부터 단계적 도입이 현실적…예산 확보 관건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은 고용량 백신과 면역증강 백신으로 나뉘는데 기존 백신보다 높은 면역반응을 유도해 예방효과를 강화했다. 고용량 백신은 표준용량 백신 대비 항원 함량을 4배 높였으며 면역증강 백신은 면역증강제를 함유했다.

인플루엔자(독감)가 예년보다 빠르게 유행하고 코로나19 입원 환자도 늘어나며 호흡기 감염병의 동시 유행, 일명 '트윈데믹'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 뉴스1 최지환 기자

이를 근거로 대한노인회는 "만 75세 이상 고령층부터라도 고면역원성 백신을 무료로 접종받아야 한다"며 단계적 도입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중근 노인회장은 지난 7월 질병청의 정통령 의료안전예방국장, 이혜림 예방접종관리과장을 만나 고령층 대상 국가예방접종의 개선안을 논의했다.

앞서 노인회는 지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 고령층 대상 무료접종 전략을 전환하되 만 75세 이상부터 단계적으로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을 접종받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약에 포함됐다.

기존 표준용량 독감 백신을 접종했을 때 건강한 성인의 예방효과는 70~90%인 반면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17~53% 수준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 등이 있으므로 접종률뿐만 아니라 예방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자는 취지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리고 대한감염학회가 지난 3일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초고령사회 고령층 인플루엔자 예방 정책 혁신 방안 정책토론회'에서도 이런 논의가 지속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진들은 고령층 독감 예방정책이 이미 높은 백신 접종률을 확보했으니, 앞으로는 면역노화로 떨어지는 예방효과를 보완할 수 있도록 고면역원성 백신을 고위험군부터 단계적으로 무료접종에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질병청은 최근 두 차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만 75세 이상의 고면역원성 백신 무료접종 도입을 우선검토 중"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정통령 질병청 국장은 3개 단체 주최 토론회에서 "75세 이상에 대해 먼저 도입하고 연령을 낮춰가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편성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관련 비용이 책정되지 않았다. 정 국장은 "굉장히 시급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재정당국, 국회와의 논의 과정에서 확보할 수 있는 예산과 재정 여력에 따라 대상자와 접종 방법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김우중 노인회 사무총장은 토론회를 통해 "(고면역원성 백신의 무료접종 도입은) 독감으로 인한 개인과 가족의 경제적 부담과 정부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투자"라며 "가장 위험도 높은 고령층에 적용하되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