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약배송, 음식배달처럼 봐선 안돼…환자안전 절차 필요"
[뉴스1 초대석] "약사회 반대 기득권으로만 볼 수 없어"
"미프진 사회적 논의 필요…직역갈등은 '스몰딜'로 풀어야"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비대면으로 처방받은 약을 음식처럼 포장해서 배송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관계된 의약품 사용을 그렇게 쉽게 봐서는 안 됩니다."
이만희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비대면진료에 따른 의약품 배송을 일반적인 상품이나 음식 배달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의약품 배송을 둘러싼 약사회의 우려를 단순한 기득권 지키기로 규정하기 어렵다며 의약품 오남용과 환자 안전을 막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바이오산업 규제 완화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 및 자기결정권을 전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약가제도 개편은 환자의 약제비 부담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의 연구개발 투자와 의약품 공급에 미칠 영향까지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을 두고 편의성과 환자 안전이 충돌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용자는 약을 배달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의약품 사용을 그렇게 쉽게 봐서는 안 된다. 산업계에서는 비대면으로 진단과 처방을 받은 뒤 음식 배달처럼 약을 포장해서 배송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의약품 오남용은 물론 낮은 확률이라도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약사회의 반대를 직역 이기주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약사들이 기득권이나 이익만 지키려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약사가 단순히 처방전을 읽고 약을 포장해 보내는 역할만 한다면 약학대학에서 6년 동안 교육을 받을 이유가 없다. 조금 불편하거나 비효율적으로 보이더라도 생명과 관련된 분야에는 불가피한 절차가 필요하다. 비대면진료를 하는데 약 배송이 무슨 문제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어느 한쪽의 주장이 전부 틀리거나 전부 맞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부가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미프진의 안전성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관련 내용을 일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미프진을 도입하려는 데는 여성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보다 간편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종교계와 여성계의 입장을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손쉽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 식약처가 허가하면 끝이라는 식의 접근도 위험하다.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의료·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 동의 없는 지방조직 재판매'가 허용될 우려가 있는 등 규제 완화 과정에서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바이오산업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다.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하고 연구개발과 산업혁신을 뒷받침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 분야의 규제 완화는 일반 산업과 다르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은 물론 인체 유래물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개인정보 보호에도 직결된다. 산업 활성화만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 특히 환자가 충분히 알지 못하거나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인체조직이 활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환자 안전과 권리 보호라는 원칙은 확고하게 지키되 그 범위 안에서 불필요한 규제는 걷어내야 한다.
-제약·바이오산업 정책이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다. 정책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원화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산업계는 첨단기술이 발전했는데 왜 국민에게 적용하는 과정에는 규제가 이렇게 많으냐고 받아들일 수 있다. 반면 복지부는 첨단기술에 따르는 모든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 복지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및 안전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산업 발전과 국민 안전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것이다.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하기 어렵다. 다른 산업보다 발전이 더딘 것처럼 보이더라도 신중하게 가는 것이 맞다.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을 놓고 제약업계의 우려가 크다.
▶약가제도는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은 물론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경쟁력까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어느 하나의 가치만을 기준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이 환자의 약제비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살펴야 한다. 동시에 국내 제약사의 매출과 연구개발 투자 및 의약품 공급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객관적인 자료와 충분한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검증해야 한다. 환자와 의료계 및 제약업계의 목소리를 폭넓게 듣고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제약·바이오기업은 규제의 예측 가능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요구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연구개발부터 임상과 허가 및 건강보험 등재를 거쳐 실제 환자에게 사용되기까지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기업이 정부 정책과 규제의 방향을 예측하고 안정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환자 안전과 효과성 검증이라는 원칙은 확고하게 지키되 신약의 시장 진입 과정에 불필요하게 중복되거나 과도한 절차가 없는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 산업계와 의료계 및 환자단체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규제의 예측 가능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높여야 한다. 혁신신약의 연구개발부터 글로벌 상업화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에서도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의사와 약사 및 한의사 등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각 직역의 경제활동 영역과 직접 맞닿아 있어 이해관계가 매우 첨예하다. 의사와 한의사 및 간호사·간호조무사·약사·한약사 등 여러 직역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어느 한 직역의 이해관계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건강과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현행 면허체계와 교육체계 및 각 직역의 전문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한약사의 의약품 조제 문제처럼 현행 법령의 해석과 업무범위를 둘러싸고 직역 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일수록 어느 한쪽의 주장만을 전제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직역단체와의 면담이나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충분히 듣고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 우선이다. 국민의 의료 이용에 혼란이 없도록 합리적인 제도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의료개혁과 연금개혁에서 여야 합의를 어떻게 이끌 계획인가.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빅딜'을 추진하기보다 쟁점을 세분화해 무쟁점 사안부터 매듭짓는 '스몰딜'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직역 갈등을 단칼에 해결하려 하면 위험이 크다. 지속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작더라도 한발씩 나아가는 것이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이다. 지난 2024년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정부 및 의료계와 실무 논의를 주도한 경험을 토대로 정부와 의료계 및 연금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해법을 검토하겠다. 국민 안전과 의료서비스 개선이라는 공통 목표를 중심으로 합의의 기반을 넓혀가겠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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