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지역의사 현장 나오는 건 2033년…당장 공백도 메워야"
[뉴스1 초대석] 지역수가·수련환경·거점병원 함께 추진
농촌 통합돌봄은 경로당 거점으로…국가사업 건보 전가 안돼"
- 대담=김희준 바이오부장,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대담=김희준 바이오부장 구교운 기자
"지역·필수의료 위기는 단순히 의사 숫자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필수의료 수가와 전공의 수련환경 및 지역 정착 여건을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추진해야 합니다."
이만희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지역·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려면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넘어 젊은 의사들이 지역과 필수과를 선택하고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해도 실제 인력이 배출되기까지 최소 5~6년이 필요한 만큼 당장의 의료공백을 메울 대책과 중장기 의료인력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지역 통합돌봄 모델로는 마을 경로당을 의료와 돌봄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소속 3선 의원인 이 위원장은 지난 7월 제22대 국회 후반기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행정안전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했던 그는 보건복지 분야의 최우선 과제로 지역·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꼽았다.
이 위원장은 지역·필수의료 위기의 원인으로 저조한 보상과 과중한 업무 및 열악한 수련·정주 여건을 꼽았다.
이 위원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전체 전공의는 1만 305명으로 의정갈등 이전인 2024년 3월의 76.2% 수준에 그쳤다. 정부의 수련환경 혁신지원 대상인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8개 필수과목은 70.1%였고 비수도권의 해당 과목은 62.9%에 불과했다.
그는 "의대 정원 확대만 논할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수가의 지역별 현실화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역 거점병원 육성을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의사제를 2027년 도입해도 실제 인력이 현장에 나오는 시점은 최소 2033년"이라며 "급여 같은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자녀 교육 등 의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생활 여건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구인 경북의 의료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국립경국대 의대와 경북 북부권 500병상 규모 종합병원 설립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경북 북부에서는 상급종합병원까지 적어도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을 이동해야 한다"며 "의대와 병원이 들어서면 경북 북부뿐 아니라 충북 제천·단양과 강원 삼척 등 인접한 의료취약지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과 경북에 의대 정원을 나눠 배정하는 방안에는 "지역의 요구와 의료취약도 등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국립경국대 의대 신설 요구는 2013~2014년부터 이어져 온 지역사회의 절박한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본격 시행된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지역의 재정과 의료·돌봄 인프라 격차를 보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오랜 기간 시범사업을 거쳐 전국에서 시행됐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획기적인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며 "제도의 성패는 의료와 요양·돌봄 서비스를 현장에서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가 지역사회로 돌아간 뒤에도 방문진료와 장기요양 서비스가 단절되지 않도록 퇴원환자 연계와 개인별 통합지원 체계를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자치단체의 재정부담과 지역별 인프라 격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많은 어르신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이 아니라 살던 집에서 생을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면서도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집집마다 제공하려면 지방자치단체가 상당한 재정부담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지역별 이용 실적과 서비스 격차를 점검하고 거주지에 따라 돌봄의 질이 달라지지 않도록 필요한 입법과 재정 지원을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촌지역에서는 이미 조성된 경로당을 통합돌봄 거점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정해진 요일에 의사나 한의사가 경로당을 방문해 혈압을 측정하고 진료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이 위원장은 "인구감소지역은 지역이 넓고 사람이 적어 의료진이 개별 가정을 모두 방문하기 어렵다"며 "환자 20명의 집을 일일이 방문하는 것보다 한곳에서 여러 어르신을 돌보는 편이 현실적이고 예방 효과도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로당을 활용하면 독거노인의 건강 상태와 식사 여부를 살피고 누가 나오지 않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며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이장과 연계하면 더욱 현실적인 돌봄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해서는 필수의료 보상을 확대하되 국가 정책사업의 비용까지 건강보험에 과도하게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건강보험은 한 해 보험료를 걷어 그해 급여비로 지출하는 구조인데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로 재정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국가가 부담해야 할 몫을 제대로 부담하면서 건강보험의 지출 구조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도 사례로 들었다. 이 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진료 비중을 높이고 일반병상을 줄이는 대신 중환자실과 중증수술 및 응급진료 수가를 높여 손실을 보전하는 정책이다.
그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은 중증환자 진료 비중을 높이기 위한 국가 정책사업인데 지난 2년 동안 약 2조 1000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됐다"며 "이 비용을 건강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로 부담하는 것이 적절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이 법에서 예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며 "지역수가와 필수의료 수가는 강화하되 지역 의료인력과 공공 인프라 확충처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업은 건강보험이 아니라 국가재정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건강보험은 국민이 아플 때 진료와 치료를 보장한다는 본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건강보험 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이만희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경북 영천 출신으로 대구고와 경찰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정책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치안본부 경무과에서 공직을 시작해 영천경찰서장과 대통령실 치안비서관을 거쳐 경북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 기획조정관 및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2015년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경북 영천·청도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제21·22대 총선에서도 연이어 당선된 3선 의원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및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를 지냈고 2023년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맡았다. 2024년 총선에서는 당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7월 제22대 국회 후반기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경찰과 국회에서 쌓은 현장 경험과 협상력을 바탕으로 지역·필수의료와 연금개혁 등 이해관계가 복잡한 현안을 조정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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