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독거노인 머리 손질하던 50대 미용사, 4명에 장기기증

이 씨 지인들 "살아서도, 떠날 때도 멋있게 떠났다"

지난달 21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이금미 씨(55·사진)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폐, 간, 신장을 4명의 환자에게 나눈 뒤 삶을 마감했다.(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10여년간 노숙인과 독거노인을 도운 50대 미용사가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

1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이금미 씨(55)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폐, 간, 신장을 4명의 환자에게 나눈 뒤 삶을 마감했다.

이 씨는 지난달 12일 자택에서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에 이르렀다.

이 씨는 5년 전쯤 두통과 어지럼증이 지속돼 병원을 찾았고, 당시 다계통위축증을 진단받았다. 다계통위축증은 뇌와 신경계의 여러 기능이 점차 저하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이 씨는 생전 가족에게 장기기증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이 씨의 언니는 "동생과 삶의 마지막에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좋은 일이 무엇일지 이야기하다가 서로 장기기증을 하기로 약속했다"며 "가족도 그 뜻을 존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생의 장기기증으로 4명이 새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말을 듣고 가족 모두가 슬픔 속에서도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1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 씨는 20대 초반부터 30년간 미용사로 일했다.

우연히 시작한 미용 일에 재미와 적성을 발견했고, 미용실을 운영하면서도 대학원에 다니는 등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외향적인 성격으로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쉬는 날에는 골프와 등산을 즐기는 등 활동적으로 지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소중히 여겨 언니와 함께 산에 오르고 가족 식사를 먼저 제안하는 등 집안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웃을 돕는 일에도 적극적이었다. 지인들과 함께 10년가량 노숙인과 홀로 사는 어르신의 머리를 손질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으며,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도 꾸준히 했다.

이 씨의 언니는 "친구들이 동생을 두고 ‘살아 있을 때도 멋있었는데, 갈 때도 멋있게 떠났다’고 한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털어놨다.

동생에게는 "장례를 마친 날 하늘에 뜬 큰 무지개를 보며 동생이 잘 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들어 누적 뇌사 장기기증자는 지난 10일 기준 27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는 총 370명이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