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다음 팬데믹에 대응한다"…정부, 국산 mRNA 백신 개발에 속도
2028년까지 국산화 목표…GC녹십자·한국비엠아이 임상 진행
"미사일 탄두 바꾸듯 새 바이러스에 대응"…감염병 대응력 커진다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신종 팬데믹(전세계적 전염병)에 대비해 국산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해외 백신에만 의존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자체 백신 기술 플랫폼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질병관리청은 전날인 12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국내 mRNA 백신 개발 현황과 향후 계획'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고재영 질병청 대변인은 "코로나19 때는 해외 제약사 백신 공급 일정에 따라 국내 접종 계획에도 변수가 많았다"며 "다음 팬데믹이 발생한다면 백신 도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현재 정부가 mRNA 백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8년까지 코로나19 mRNA 백신을 국산화하겠다는 목표 아래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총사업비 5052억 원 가운데 국비 3379억 원이 투입됐다.
비임상부터 임상 1·2·3상과 시료 생산, 제조공정 개발까지 백신 개발 전 과정을 지원해 다음 팬데믹 발생시 최대 200일 안에 새로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국내 제약사인 GC녹십자와 한국비엠아이가 정부 지원을 받아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단계별 경쟁 방식을 통해 비임상 단계에서 △GC녹십자 △레모넥스 △유바이오로직스 △한국비엠아이(BMI) 등 4개 기업이 선정됐고, 이후 평가를 거쳐 GC녹십자와 한국비엠아이 주관 아이진 컨소시엄이 임상 지원 대상으로 압축됐다.
정부는 이번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많은 기업들이 국산 mRNA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이미 허가된 백신과 비교해 경쟁력이 확인된 후보물질에만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GC녹십자다. GC녹십자는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mRNA 백신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아 올해 4월 성인 72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을 종료했으며, 지난달에는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임상시험 참여자의 추적 관찰 현장도 공개됐다. 임상 1상에 참여했다는 정진경 씨(59)는 이날 고려대 구로병원을 찾아 문진과 채혈을 진행했다.
의료진이 '접종 이후 현재까지 몸에 이상은 없었는지' 등을 묻자 정 씨는 웃으며 "달라진 점은 딱히 없다"고 답했다. 의료진은 정 씨의 혈액을 채취해 백신 접종 이후 면역반응 변화 등도 살펴봤다. 임상 1상 참여자는 접종 이후 1년 동안 이같은 검사를 꾸준히 받게 된다.
임상 1상을 이끈 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 백신혁신센터장은 "현재까지 임상 참여자들 사이에서 특이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백신 접종 이후 항체가가 용량에 비례해 올라가는 양상을 보이는 등 백신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GC녹십자는 연내 임상 2상에 본격 착수하고, 내년 하반기에 임상 3상 계획서 신청을 완료해 2028년에는 식약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신윤철 GC녹십자 개발2팀장은 "궁극적인 목표는 대한민국 mRNA 백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다음 팬데믹 위기가 닥치더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독자적인 mRNA 플랫폼을 완성하겠다"고 자신했다.
한국비엠아이는 기존 화이자·모더나 백신보다 안전성 측면에서 우수한 차세대 '자가증폭 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몸에 들어간 RNA가 스스로 증폭돼 적은 양으로도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한국비엠아이는 마이크로유니, 메디치바이오, 아이진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고가의 캡(Cap)과 변형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국산 기술을 적용해 해외 원료 의존도를 낮추는 게 특징이다.
강태진 한국비엠아이 이사는 "팬데믹이 발생하면 주요 원료가 전략 물자가 돼 수입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고가의 캡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 국내 기술로 RNA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 1상 단계에 진입한 한국비엠아이는 앞으로 2·3상을 거쳐 2029년 품목허가를 받는 게 목표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유전자 서열 설계부터 백신 시제품 제작까지 약 10주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mRNA 기술을 코로나19 이외의 감염병에도 확대할 방침이다. 고려대 연구진은 올해 한타바이러스 mRNA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내년 말까지 비임상을 마친 뒤 임상 단계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남재환 국립보건연구원장은 "현재 국내 기업들이 관련 요소 기술을 확보했고 생산시설도 상당 부분 갖춰져 있다"며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나라도 자체 mRNA 백신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백신은 비임상과 임상 1상 결과를 보면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며 "현재 두 회사의 후보물질 모두 중요한 허들을 넘어섰기 때문에 임상 2·3상까지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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