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법 개정 '의견수렴' 충분했나…'환자-의사' 입장차 여전

이소희 의원 토론회…"기소 원천봉쇄, 위헌" 거론
의협 등 단체 불참…"참석해야 할 이유 모르겠다"

지난달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개최한 '의료사고 이력공개 제도 관련 토론회'에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 측으로 마련된 자리가 비어있는 모습.(이소희 의원실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의 형사책임 완화를 담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5월 시행을 앞두고 후속 논의 과정에 환자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뿐더러 의사의 형사면책 특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고위험 환자를 많이 치료하거나 다른 병원에서 거절한 중증 환자를 받아 수술한 의사가 외려 '위험한 의사'로 낙인찍혀선 안 된다"며 해당 논의 자체에 선을 긋고 있다.

고위험 필수의료, 중과실 모호…"환자 권리 놓쳐선 안 돼"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대한변호사협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분쟁 현황, 의료분쟁조정법의 과제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에 따른 국민 기본권과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리구제 등을 논의했다.

이소희 의원은 10대 시절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다가 의료사고로 하반신 장애를 갖게 된 당사자다. 환자가 수술받기 전 담당 의사의 의료사고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을 최근 제안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법 개정 과정에서 의료사고 피해 환자와 가족의 관점도 충분히 함께 논의됐는지에 다양한 문제의식이 제기돼 왔다"며 "개정법이 의료인과 환자 모두에게 신뢰받는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소희 의원은 10대 시절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다가 의료사고로 하반신 장애를 갖게 된 당사자다. 이 의원(사진)은 이날 토론회에서 "개정법이 의료인과 환자 모두에게 신뢰받는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뉴스1 유승관 기자

올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형사특례를 신설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중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중대한 과실이 없고 책임보험 가입과 설명의무 이행, 손해를 전액 배상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의료진을 기소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개정 법률안이 시행령·시행규칙에 위임한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협의체에는 의료계와 환자단체, 전문가 등 10명 안팎이 참여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정의와 중과실의 세부 기준, 책임보험 관련 내용 등을 논의 중이다.

이에 대해 이정민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는 토론 발제자로서 △목적 달성에 의한 적절한 수단인지 여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의 구조적 차이 간과 △개별 규정에 대한 구체적 검토 필요성 등을 지적했다.

개정법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구체적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데다 사실상 대부분의 진료과에서 형사 특례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의료인의 형사 부담이 필수의료 기피의 주요 원인이라는 전제부터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의료인의 형사적 부담은 완화하면서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리 보호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인과관계가 충분히 검증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의료인의 형사적 부담을 완화한다면 이에 상응할 피해자 보호장치 역시 강화돼야 한다"고 전했다.

박천우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도 발제를 통해 "사망사고까지 기소를 원천봉쇄한 개정법은 위헌"이라며 국회에 입법 재심의를 촉구했다. 각 토론자 등도 특례의 헌법적 쟁점과 보완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하위법령이 환자와 의료사고 피해자의 관점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협, 이소희 의원 측 제안에 불참…인식차 커 대화 난항

반면 의료계는 이 토론회 개최 자체에 우려를 표명했다. 개정법이 의료인의 과도한 사법 리스크를 완화해 고위험 진료를 기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는데, 형사특례 범위부터 다시 재논의하기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특히 이 의원이 의료인의 의료사고 이력을 공개하자고 언급한 점을 문제 삼으며 "위험한 환자를 맡지 않는 의사를 만들겠다는 의미인가. 그 피해는 필수의료와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관련 논의의 장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게 의협 입장이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개정법에 대한 인식 자체가 너무 다르다. '의사면책특권법'으로 언급되는 토론회의 참석 필요성을 느낄 수 없었다"며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과 환자를 모두 보호할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의사의 특례가 지나치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대한변호사협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분쟁 현황, 의료분쟁조정법의 과제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에 따른 국민 기본권과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리구제 등을 논의했다.(이소희 의원실 제공)

실제로 이날 토론회엔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사단체가 이 의원의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 반대로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의료인에게 예외적인 특권을 주는 대신 국민 기본권인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문제의식도 여전하다. 각계 인식차가 커서 논의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이 의원은 의료계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면서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 환경과 환자 권리 보호는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의사단체가) 함께하지 못한 점이 매우 아쉽다. 정부는 의료인 부담 경감과 환자 권리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답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