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수분 섭취, 탈수 예방 절실…"임의로 약 줄이면 안 돼"
서울대병원 교수진 3인 조언, 국물 음식 혈압 높인다
체온 40도 넘으면서 이상행동 나타나면, 열사병 의심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온열질환과 탈수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더위로 혈압과 혈당이 평소보다 크게 변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탈수는 단순히 갈증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지럼증과 낙상,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일 전국 응급실 500여곳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총 208명으로 이 중 1명이 숨졌다. 지난 5일까지 사흘 연속 200명대 환자가 나왔다. 질병청이 올해 5월 15일부터 가동한 감시체계에 집계된 환자는 지난 5일까지 총 2665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23명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병원의 이해영 순환기내과 교수·박민선 가정의학과 교수·김태균 응급의학과 교수는 "폭염 속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탈수를 예방하고,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폭염 속에서 고혈압 환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탈수다.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 혈압이 떨어지고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어지럼증이나 의식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앉았다가 갑자기 일어나거나 누운 상태에서 일어설 때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해 쓰러질 위험이 커지고, 낙상으로 이어지면 큰 사고로 번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리면 염분도 함께 많이 보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대표적인 오해다. 땀 속 염분 농도는 혈액보다 낮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릴수록 혈액 속 염분은 오히려 농축된다. 따라서 염분을 더 섭취하기보다 물을 자주, 충분히 마시는 게 탈수 예방에 도움이 된다.
갈증이 난다고 냉면 국물과 같이 염분이 많은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국물 음식은 염분 함량이 높아 혈압을 오히려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영 교수는 "여름철 혈압이 평소보다 낮게 측정되더라도 약을 임의로 줄이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먼저 충분한 수분을 보충해 보고, 그런데도 혈압이 계속 낮다면 담당 의료진과 상담해 약물 조절을 논의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폭염은 혈압뿐 아니라 혈당에도 영향을 미친다. 땀으로 혈액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설사나 음주, 카페인 섭취까지 더해지면 탈수 위험은 더 커지고, 혈액이 끈적해지면서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장시간 야외활동이나 밀폐된 더운 공간에서의 작업은 피해야 한다.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탈수가 겹치면 저혈압이나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앉았다 일어날 때 어지럽거나 평소보다 혈압이 크게 낮고, 심한 두근거림이나 실신이 나타난다면 스스로 약을 조절하기보다 담당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이뇨제는 소변량을 늘려 혈압을 조절하는 만큼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 위험이 있으며,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도 소변으로 당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수분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여름철에는 평소보다 수분 섭취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만큼 규칙적인 식사도 중요하다. 더위로 입맛이 없더라도 식사를 거르면 체내 수분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은 식사를 거르면 체력이 떨어지면서 소화 기능도 함께 저하돼 묽은 변을 보는 경우가 잦아지고, 이는 탈수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소화가 잘 안될 때는 위운동촉진제 등 적절한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평소 식사는 흰살생선이나 살코기 등 소화가 잘되는 단백질 위주로 구성하고, 기름진 음식과 과도한 음주는 줄이는 게 좋다. 다만 과일과 채소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일부 혈압약 복용자는 칼륨 수치가 높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식습관 관리와 함께 일상 활동과 실내 환경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폭염 시기에는 평소보다 유산소 운동량을 20~30% 줄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실내에서는 적절한 냉방으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심장과 혈관의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박민선 교수는 "여름철 혈압이 낮아졌다고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감량해서는 안 된다"며 "혈압과 증상을 함께 기록한 뒤 담당 의료진과 상담해 개인 상태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온열질환은 대부분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충분한 수분을 보충하면 호전된다. 그러나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는 열사병으로 진행될 수 있어 초기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체온이 40도를 넘으면서 운동실조로 비틀거리거나, 평소와 다른 이상행동·공격성 등이 나타난다면 의식 저하가 없더라도 열사병을 의심해야 한다. 두통, 어지럼증, 구역·구토가 지속되거나 심한 근육경련, 빈맥,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때도 지체 없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실외에서 실내로 들어올 때 마주하는 급격한 온도 변화도 주의해야 할 요인이다. 급격한 온도 차이는 말초혈관과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심혈관계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기온이 35도 이상인 날에는 노인 등 고위험군의 경우 선풍기만으로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어렵다. 따라서 무리하게 더위를 참기보다 에어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내 온도를 안전한 범위 내로 유지해야 한다.
김태균 교수는 "체온이 40℃를 넘으면서 이상행동이나 의식 변화가 보인다면 열사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폭염 시기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으로 탈수를 예방하고,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ks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