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1.4만명 목숨 건진 이곳…닥터헬기 운영, 의사충원 허덕

중증외상체계 고도화 절실…인프라 확충·기관 간 협력도
거점외상센터 개념 도입해 77억 지원…지역별 방안 마련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를 방문해 정경원 경기도 외상체계지원단장(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등으로부터 설명을 듣는 와중 포착된 의료물품.(보건복지부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시스템을 바꾸겠다, 대책을 세우겠다 그럼 더 이상 그런 일이 없어야지 왜 또 생깁니까? 시스템은 일이 생기고 준비하는 게 아니라 일이 생기지 않게 준비하는 것입니다.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곳으로 적절한 시간에 치료하는 체계(3R)가 필요합니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기도 한 정경원 경기도 외상체계지원단장은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지역필수의료 마지막 안전망 연속토론회-경기도 중증외상 생존체계 고도화 방안' 발표 도중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대사를 인용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와 응급의료기관 등의 의료진 덕분에 2012년부터 2023년까지 11년간 1만 4176명의 사망이 예방됐고 국내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은 9.1%(2023년 기준)까지 떨어졌지만, 환자의 생존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고민에서 나온 말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권역외상센터를 중심으로 한 인력 등 인프라 확충과 관계 기관 간 협력이 절실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부도 최중증 및 일부 센터에서 수용이 어려운 중증외상 환자까지 치료할 수 있는 권역외상센터에 최대 77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에 나섰다.

적절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네트워크' 강화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교통사고와 산업재해 등 중증외상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이다. 경기도와 인접 지역에서 발생하는 중증외상 환자를 담당하는 권역외상센터는 아주대병원(남부)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북부)에 있다.

이들의 활약으로 경기도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은 2018년 22.8%에서 2023년 6.8%까지 급감해, 2023년 전국 평균 9.1%보다 낮아졌다.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은 외상으로 숨진 환자 중 적절한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가 제공됐다면 살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사망자의 비율이다.

그러나 아주대병원은 닥터헬기 사업자 측으로부터 "앞으로 함께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상대적으로 많은 환자를 이송함으로써 적자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닥터헬기 사업비를 기관당 연간 30억~40억 원 일괄 지급하고 있다. 성과 중심으로 주지 않아 아쉬움을 낳고 있다.

중증외상 환자는 빠른 시간 안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돼 치료받아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의 1호 제자로도 알려진 정경원 단장은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곳으로, 적절한 시간에' 치료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의 닥터헬기가 출동하는 모습.(아주대병원 제공)

중증도 분류 기준과 수요 예측 체계,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적절한 환자를 선별하는 한편 외상센터 수용능력 확대와 지역외상협력병원 지원을 통해 환자가 적절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외상진료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정 단장은 제안했다.

아울러 항공이송 자원의 확충과 병원 전·병원 간 연계 강화, 인공지능(AI) 기반 외상소생 네트워크 플랫폼 구축 필요성도 소개한 정 단장은 지방자치단체와 소방, 응급의료기관이 협력하는 지역완결형 포괄적 체계와 경기도 외상체계지원단을 중심으로 한 통합 운영체계를 설명했다.

조항주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외상외과 교수)은 "인사가 만사인데 경기북부는 의사 뽑기가 특히나 힘들다"며 의사만 많다면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의 인건비 지원이 실제 인력에 체감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유인책을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김윤·김주영·김준혁·박상혁·박해철·서영석·소병훈·송옥주·이언주·이재강·최민희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경기도와 보건복지부, 아주대병원이 공동 주관한 '지역필수의료 마지막 안전망 연속토론회 - 경기도 중증외상 생존체계 고도화 방안'(아주대병원 제공)

허윤정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협력교수는 "앞으로는 권역외상센터의 질적 고도화가 중요하다. 정확한 데이터 기반의 외상체계와 법·제도, 성과보상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지역별로 맞춤형 외상체계 설계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보건복지부는 최중증 외상환자나 권역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중증외상 환자를 닥터헬기 등으로 수용해 최종 치료할 '거점외상센터'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거점외상센터 설치 지원사업'에 참여할 권역외상센터 2곳을 모집 중이다.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며 구체적 성과를 거뒀지만, 지역 의료 환경·역량 차이 등으로 중증외상 환자 진료에 어려움이 있는 기관도 있어 의료 안전망을 더욱 공고히 하고자 거점외상센터를 새로 도입한다는 설명이다. 시설·장비 확충 54억 6000만 원 등 최대 77억 1000만 원을 지원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중규 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은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따라 이송 지침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안에 동의한다면서 닥터헬기와 소방헬기 등 부처별 항공이송 자원의 연계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중규 정책관은 "단순히 권역외상센터의 규모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와의 역할 분담 등 전체 응급의료 시스템 안에서 외상체계가 원활히 작동하도록 빠르게 대안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