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뇌전증 앓고도 밝게 웃던 34세 청년…4명에 새 생명 선물

10여년간 누워 지내면서도 미소…애국가·스포츠 중계 좋아해
어머니 "내가 아들을 살린 것보다 아들이 나를 살게 했다"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소인후 씨(34).(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10여 년간 누워 지내며 가족의 돌봄을 받아온 30대 청년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일 전북대병원에서 소인후 씨(34)가 심장과 간·양측 신장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6일 밝혔다.

소 씨는 지난 1991년 9월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생후 7개월 무렵 팔다리를 오므리는 경기 증상을 보인 뒤 뇌전증 진단을 받아 약물치료를 이어왔다.

어린 시절에는 보조기를 착용하고 가족의 부축을 받아 걷기도 했다. 그러나 20대 초반 심한 폐렴으로 기관삽관을 받고 장기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뒤 건강이 크게 나빠졌다. 이후 거동이 어려워져 10여 년 동안 누워 지내며 가족의 돌봄을 받았다.

소 씨는 지난 6월 6일 갑자기 상태가 악화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은 소 씨의 일부라도 다른 사람의 몸에서 살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어머니 양영희 씨는 "의료진으로부터 장기기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오래 아팠던 아이라서 기증할 수 있는 장기가 있을지 먼저 물었다"며 "다른 생명을 살렸다는 말을 듣고 감사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소 씨는 어릴 적 경기 이후 말로 의사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표정과 몸짓으로 자신의 감정을 나타냈다. 어머니가 말을 건네면 미소로 답하는 등 늘 밝은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양 씨는 오랜 돌봄의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한 힘이 바로 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자신이 아들을 살린 것보다 오히려 아들이 자신을 살게 했다는 것이다.

소 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머니와 집에서 보냈다. 애국가를 듣거나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아침에 쉽게 잠에서 깨지 않을 때도 애국가를 들려주면 눈을 떴고 스포츠 중계가 나오면 텔레비전 쪽으로 몸을 돌려 환하게 웃었다.

병원 방문을 제외하면 산책이 거의 유일한 외출이었다. 소 씨는 일주일에 한두 차례 어머니와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동네를 돌았다. 양 씨는 날이 쌀쌀하면 아들의 온몸을 침낭으로 감싸는 등 아들이 안전하게 바깥세상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양 씨는 아들에게 "일찍 헤어져 아쉽고 너를 보지 못해 속상하다"며 "인후야 엄마와 함께 있지 못한다고 해서 슬퍼하지 마. 엄마 마음속에는 네가 항상 함께하고 있을 거야"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어 "엄마는 너를 키우며 많이 행복했다"며 "너를 잊지 않아. 그리운 내 아들 너무 보고 싶다"고 울먹였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오랜 시간 가족의 사랑 속에서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던 소인후 씨는 마지막 순간 다른 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며 "큰 슬픔 속에서도 생명나눔을 결정한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누적 뇌사 장기기증자는 지난 3일 기준 26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는 총 370명이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