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의대생 다 현역병으로 간다"…군의관·공보의 제도 '빨간불'

李 대통령도 "처우 개선" 주문…국회에는 이미 5개 법안 발의
국방부, 형평성 등 이유로 '신중론'…의료계 "제도 붕괴 막을 결단 필요"

해병대1사단 의무근무대 군의관이 주둔지 인근 마을인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민의료지원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해병대1사단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13

(서울=뉴스1) 임여익 김기성 기자 =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를 지원하는 의대생이 급감하며 군 의료와 지역 공공의료 현장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군의관·공보의의 과도한 복무기간과 열악한 처우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제도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군의관과 공보의는 각각 6주·3주의 군사훈련을 받은 뒤 36개월간 의무복무하고 있다. 육군 현역병 복무기간인 18개월의 두 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에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군의관이나 공보의 대신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7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신규 의과 공보의 편입 인원은 98명으로 2019년(663명)의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전체 공보의도 같은 기간 1960명에서 593명으로 약 70% 감소했다.

공보의가 배치되지 않은 보건지소는 지난해 730곳에서 올해 1023곳으로 늘었고, 2027년에는 전체 보건지소의 86.9%인 1083곳이 공보의 없이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의관 감소세도 가파르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임관 예정 군의관은 304명으로 지난해(692명)보다 56% 줄었다. 반면 현역병으로 입대한 의대생은 2019년 112명에서 올해 8월 기준 2838명으로 25배 이상 늘었다.

의료계는 '군의관·공보의 기피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 장기 복무에 있다고 본다. 의대 졸업 후 전공의 수련과 전문의 취득까지 걸리는 시간이 긴 상황에서 3년의 의무복무가 더해지며 의대생들의 경력 단절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박재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올해 신규 의과 공보의가 98명까지 줄어든 것은 단순한 인력 감소가 아니라 제도 붕괴의 신호"라며 "36개월 복무기간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수급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복무기간 단축과 함께 △전문임기제 공무원 체계 도입 △법적 보호 강화 등의 처우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성평등가족부, 국민권익위원회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7.16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을 시작으로 같은당 정동만·김선교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영석·황희 의원 등 총 5명의 의원이 관련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법안들은 군의관과 공보의 복무기간을 2년 또는 2년 2개월로 단축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에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이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을 만나 입법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진 위원장은 "군의관뿐 아니라 수의장교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며 "관련 법안 심사 경과와 함께 국방부의 인력 수급 개선 방안도 살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국방부는 그동안 복무 기간 단축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군의관의 복무기간을 줄일 경우 다른 의무복무 장교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고, 복무기간이 짧아지면 군 의료인력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의관 및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추가 인력소요와 다른 병역 의무 이행자와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 중"이라며 "이후 방안이 마련된 이후 관계기관과 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료계는 형평성을 이유로 제도 개선을 미루기보다는 군 의료와 공공의료 체계 유지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박 회장은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정부와의 추가 논의는 아직 없었다"면서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 복지부와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국회에도 다수의 법안이 발의된 만큼 앞으로 국방부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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