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없이 사람 잡는 '극한폭염', 오전에도 온열질환자 속출

누적 환자 중 오전 6~11시 23.1%…적다고 할 수 없어
지면 가까울수록 강한 열기 노출…열사병 의심시 119

전국에서 극심한 더위가 이어지면서 올해 온열질환자 수가 1600명을 넘어섰고, 한낮이 아닌 시간에도 환자 발생이 늘고 있다. 특히 열사병 등은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 119 신고 등 즉각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국에서 극심한 더위가 이어지면서 올해 온열질환자 수가 1600명을 넘어섰고, 한낮이 아닌 시간에도 환자 발생이 늘고 있다. 특히 열사병 등은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 119 신고 등 즉각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3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9일 하루에만 전국 500여개 응급실을 방문한 온열질환자는 76명이며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가 가동된 올해 5월 15일부터 지난 29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1638명, 사망자는 12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779명)보다 적지만 최근 폭염으로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다. 오전과 저녁에도 찌는 날씨가 계속돼 한낮이 아닌 시간에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온열질환자는 46.8%(768명), 아침 6시부터 11시까지의 환자는 23.1%(378명)나 된다.

열대야로 오전 기온이 떨어지지 않고 오전 시간대 생활체육활동이 예년에 비해 활발해진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 지난 4일 오전부터 야외에서 풀을 베던 30대 외국인 노동자가, 지난 23일 경남 고성에서 아침부터 밭에서 일하던 90대 여성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뿐만 아니라 지면에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온열질환에 더 위험하다. 한낮, 도로 등 땅이 공기보다 더 빨리 달궈지며 벌어지는 현상 때문에 같은 장소라도 지면에 상대적으로 가까울수록 더 강한 열기에 노출되고 체감온도도 더 오른다.

어린이와 노인은 일반 성인보다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해 온열질환 등에 더 위험하다. 고령일수록 땀샘 기능이 떨어져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해지고 갈증을 느끼는 능력 역시 약화된다. 또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아 폭염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어린이는 체온 조절 기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고 땀 생성 능력과 탈수에 갈증 반응이 떨어진다. 갈증이 나지 않아도 물을 자주 마시고 무리한 신체 활동은 자제해야 한다. 잠시라도 보호자 없이 더운 공간에 혼자 있게 하지 말아야 한다.

김원희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독거노인은 주변의 무관심뿐 아니라 노령화로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요구된다"며 "영유아를 차량에 홀로 두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누적 온열질환자의 31.4%(515명)는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누적 환자 가운데 60대(60~69세)는 18.7%(306명), 70대(70~79세)는 11.1%(182명), 80대(80~89세) 이상은 10.8%(177명)로 집계됐다.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 등 건강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온열질환은 폭염이나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체온 조절 기능이 한계에 이르러 발생하는 급성 질환이다. 열탈진, 열실신, 열경련 등으로 구분돼 가벼운 어지럼증이나 두통, 근육 경련으로 시작한 뒤 빠르게 악화할 수 있어 노약자, 어린이 등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외출 전 기온을 확인해 폭염일 때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양산이나 모자 등으로 햇볕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야외활동을 하다가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데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수분을 자주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김한빛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더위에 노출되면 우리 몸 혈액 대부분은 체온을 떨어트리기 위해 피부로 이동한다. 장시간 노출될수록 수분 손실이 발생하고, 뇌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해 어지러움이나 의식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원희 교수는 "열탈진은 땀을 많이 흘려 발생하는데, 흔히 우리가 말하는 '더위 먹었다'고 표현될 증상이다. 목이 마르거나, 어지러움, 무력감 등을 호소한다"며 "열사병은 이미 시상하부의 기능이 망가져, 체온이 급격히 오르고 이에 따라 의식 저하가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한빛 교수는 "특히 40도 이상 고온으로 의식이 저하되는 열사병이 의심되면 반드시 119에 신고한 후 환자의 옷을 느슨하게 하고, 시원한 물을 뿌리거나 선풍기를 사용해 체온을 낮추는 등 긴급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