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교단 지킨 초등교사…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 새 삶 선물

유가족 "고인의 생전 나눔 뜻에 부합"
글쓰기 관심 많아, 그간 여러 책 펴내

장기기증자 이승희씨가 생전 작성한 시 '꿈'(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학생들에게 작고 평범한 것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도록 가르친 초등교사 출신의 60대 여성이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뒤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0일 창원한마음병원에서 이승희 씨(63)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폐와 간, 신장(양측)을 4명에게 나누고, 뼈와 혈관 등의 인체조직도 함께 기증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씨는 5일 새벽 갑작스럽게 심한 두통을 호소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유가족에 따르면 생전 이 씨는 사후에도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시신 기증을 희망했다.

이씨의 가족은 뇌사 상태에서는 장기기증이 가능하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여러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장기기증이 고인의 뜻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해 기증에 동의했다.

이씨는 약 30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교단을 지킨 뒤 10년 전 명예퇴직했다. 제자들에게는 작고 평범한 것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도록 가르친 스승이었다.

평소 책을 좋아했으며, 자신이 배우고 익힌 것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기를 즐겼다.

특히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첫 담임을 맡았을 때부터 퇴직할 때까지 학생들의 글과 학교생활을 담은 문집을 꾸준히 엮었으며, 교단에서의 경험 등을 담은 여러 책도 펴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자연을 좋아했던 이 씨는 산골 마을에 직접 집을 지었다.

20여 년 전부터 그곳에서 생활하며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농사를 짓고, 일회용품과 세제 사용을 줄이는 등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이어갔다.

목공 기술을 익혀 붙박이장과 각종 가구를 만드는 등 생활에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마련하며 부지런히 살았다.

이 씨의 30년 지기 김 모 씨는 고인에 대해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늘 배우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아온 존경할 만한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고인에게 "갑작스러운 이별이 믿기지 않아 조금만 더 슬퍼할게. 요즘 네가 쓴 글을 읽으며 지내고 있어"라고 말했다.

끝으로 "네가 다시 살아 숨 쉬는 것 같아서 좋아. 내 친구로 와줘서 정말 고맙고, 영광이었어. 사랑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한편, 올해 들어 누적 뇌사 장기기증자는 지난 27일 기준 26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는 총 370명이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