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동반 강수량 하루 10㎜ 많으면 3주 누적 사망위험 11%↑[저널톡]
고령자·장애인 비율과 응급실 접근성 따라 지역별 위험 차이
2002~2019년 225개 시군구 사망 188만여건 분석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태풍이 불어닥칠 때 내리는 비의 양이 많을수록 이후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태풍 피해에 대비할 때 풍속뿐 아니라 강수량과 지역별 의료 접근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민지은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원 등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6~10월 전국 225개 시군구에서 발생한 사망 188만 1461건과 태풍 당시 풍속·강수량 자료를 결합해 분석했다.
태풍으로 인한 최대풍속이 초속 17.5m 이상인 날을 '태풍 영향일'로 정하고 해당일의 강수량과 노출 당일부터 이후 21일까지의 누적 사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살폈다.
분석 결과 태풍 영향일의 하루 강수량이 10㎜ 증가할 때 노출 당일부터 이후 21일까지의 누적 전체 사망 위험은 11% 높아졌다. 95% 신뢰구간은 8~14%였다.
이는 같은 조건에서 태풍에 동반된 강수량이 더 많은 지역이나 시기에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연관성이 나타났다는 의미다. 3주 동안 매일 사망 위험이 11%씩 증가했다는 뜻은 아니다.
태풍은 강풍에 의한 직접적인 인명 피해뿐 아니라 침수와 산사태를 일으키고 전력·교통·의료체계를 마비시킬 수 있다. 특히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의료기관 방문 지연과 만성질환 관리 차질 등이 이어질 수 있어 피해 규모를 태풍 당일 사망자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게 연구의 취지다.
지역별 취약 요인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태풍 동반 강수량이 적은 지역에서는 고령자와 장애인 비율이 높을수록 태풍 관련 사망 위험이 커졌다.
고령자 비율이 지역 간 사분위 범위만큼 높아질 때 태풍 관련 전체 사망 상대위험은 86.28% 증가했다. 95% 신뢰구간은 9.34~217.37%였다.
장애인 비율이 같은 폭으로 높아질 때는 상대위험이 77.21% 증가했다. 95% 신뢰구간은 0.72~194.44%였다. 두 분석 모두 신뢰구간이 넓어 위험 증가 폭에는 상당한 통계적 불확실성이 있었다.
반면 태풍 동반 강수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반대 양상이 나타났다. 고령자 비율이 사분위 범위만큼 높아질 때 태풍 관련 전체 사망 상대위험은 38.12% 낮아졌다. 장애인 비율이 같은 폭으로 높아질 때는 42.31% 감소했다.
연구팀은 반복적으로 태풍과 폭우를 경험한 지역이 취약계층 보호체계나 재난 대응 역량을 갖췄을 가능성 등을 추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이번 연구로 이 같은 원인까지 규명된 것은 아니다.
응급실 접근성도 영향을 미쳤다. 태풍 동반 강수량이 적은 지역에서는 응급실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수록 태풍 관련 사망 위험이 낮아졌다.
반대로 강수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1인당 지방세가 많을수록 태풍 관련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연관성이 확인됐다. 경제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위험이 낮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다른 결과다. 연구팀은 인구밀도와 복잡한 교통체계 등 다른 지역 특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태풍에 동반된 강수량과 지역별 취약성을 재난 대비 전략에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존 태풍 대응이 풍속과 시설물 피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강수량에 따른 건강 피해와 응급의료 접근성까지 고려한 지역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특정 개인이 비에 노출된 뒤 사망했는지를 추적한 연구가 아니다. 지역 단위 기상자료와 사망자료의 통계적 연관성을 분석한 관찰연구여서 강수량 증가가 사망을 직접 유발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 연구 대상은 일반적인 장마철 강수가 아니라 최대풍속이 초속 17.5m 이상인 태풍 영향일의 강수량이다. 따라서 하루 10㎜의 장맛비만으로 사망 위험이 11% 증가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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