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미프진 허용 검토' 지시…7년 묶인 허가 절차 풀리나
2019년 '낙태죄' 폐지 이후에도 미프진 도입 논의는 아직
현대약품, 식약처에 세차례 허가 신청…제도 미비에 현실적 도입에는 한계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절약 '미프진'과 관련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수년째 답보 상태였던 국내 미프진 도입 논의에 다시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의료계에서는 미프진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 이전에 현장에서의 사용기준과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제도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15일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전날인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에 좀 어려움이 있더라도 (필요시 미프진을)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낙태 허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끝나지 않으면서 약물 사용이 제도권 밖에 방치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프진 허용 기준을) '몇 주로 할 거냐' 이거 하다가 임기 끝날 것 같다"며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이라도 의사가 재량으로 판단하게 허용한다든지, 그게 법률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닐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정부 차원에서 미프진 도입 절차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미프진의 정식 명칭은 '미프지미소'로, 임신 초기 경구로 복용하는 임신중절 의약품이다. 현재 프랑스를 비롯해 100여개 국가에서 정부 허가 아래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미프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지만,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품목허가 절차는 7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그사이 해외 직구와 온라인 불법 유통이 지속되면서 오히려 안전 사각지대가 커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현대약품이 유일하게 미프진의 판권 및 공급권을 갖고 있다. 현대약품은 낙태죄가 폐지된 지난 2021년 7월 미프진에 대한 첫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보완 요구에 신청을 자진취소한 바 있다. 이후 현재까지 두차례 더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며, 현재 식약처는 이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식약처의 심사가 몇 년째 지연되고 있는 것은 도입을 승인할 법적 기준이 미비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물에 의한 임신중절 허용 범위와 허용 기간이 법률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효능·효과와 위해성 관리 계획 심사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다만 도입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되는 만큼 앞으로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등 관계 부처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 내부 입장은 엇갈린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전날 대통령의 발언 직후 성명을 내고 "임신 중지는 처벌이 아닌 의료서비스로 관리돼야 한다"며 미프진의 신속한 허가를 촉구했다. 이미 수십 년간 해외에서 사용되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된 만큼 입법과는 별개로 현행 제도 안에서도 행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대통령의 발언이 "초법적·편법적 도입 검토"라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미프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의사의 진찰과 초음파 검사 등을 전제로 제한적으로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이라며 충분한 준비 없이 도입될 경우 대량 출혈이나 감염, 불완전 유산 등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임신중절약 사용을 임신 12주 이내로 권고하고 있고 우리 학회에서는 임신 10주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는데, 정확한 진료 지침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또 외국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한국인들에게 적용됐을 때 대한 결과는 아직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임상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미프진 도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의료계 안팎의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프진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데 자체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지만, 임신 주수 기준과 처방 의료기관, 사후 모니터링 체계 등을 둘러싸고 의료계 안에서도 다양한 시각이 공존한다"며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다고 해도 이런 의견을 한데 모으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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