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묶인 담뱃값, 사실상 내린 셈…일회성 아닌 지속 인상"
[인터뷰] 이성규 담배규제연구센터장 "물가·소득 올라 실질가격 하락"
"사회적 비용 13조, 젊은세대 부담…'절대다수' 비흡연자 위한 결단"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담뱃값 인상은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한 번 크게 올린 뒤 다시 10년 동안 묶어두는 방식으로는 흡연율을 계속 낮출 수 없습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은 지난 14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2015년 이후 동결된 담뱃값을 더는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물가와 소득이 오른 사이 담배의 실질가격이 낮아진 만큼 일회성 인상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지속해서 가격을 올리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내 궐련 담배 가격은 2015년 한 갑당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른 뒤 11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이 센터장은 "2015년 당시 6000원 정도였던 짜장면 한 그릇이 지금은 9000원에서 1만원 정도 한다"며 "다른 물가와 비교하면 현재 4500원인 담배의 실질가격은 3000원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이 거꾸로 떨어진 제품을 정상화한다는 차원에서도 담뱃값 인상은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정부가 중장기 담뱃세 인상 계획을 미리 제시하고 물가와 소득 변화 등을 반영해 해마다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센터장과 김진영 연구원이 대한금연학회지에 발표한 '한국형 담뱃세 인상 로드맵 설계' 논문은 물가상승률과 소득 증가율에 금연을 유도하기 위한 추가 인상률을 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담배의 실질가격이 하락하지 않도록 하면서 흡연자가 금연을 선택할 정도의 가격 부담을 유지하자는 취지다.
이 센터장은 "정부가 몇 년 동안 어떤 기준으로 담뱃값을 올릴지 미리 발표하면 흡연자도 흡연량을 줄이고 금연 시점을 계획할 수 있다"며 "한 번 크게 올린 뒤 장기간 동결하면 흡연자가 새로운 가격에 적응하고 실질가격도 다시 낮아진다"고 말했다.
담배 가격이 10% 오르면 선진국의 흡연율은 평균 약 4%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인상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질 수 있다. 가격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이 센터장은 담뱃값 인상의 가장 큰 효과로 청소년 흡연 예방을 꼽았다. 청소년과 저소득층은 성인 흡연자보다 담배 가격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이다. 담배는 중독성이 있어 일반적으로 가격 탄력성이 낮지만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제한된 청소년과 저소득층에서는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 감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를 인용한 금연길라잡이에 따르면 2025년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의 일반담배와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를 포함한 담배제품 현재 사용률은 4.1%였다. 남학생은 5.4%였고 여학생은 2.8%였다.
이 센터장은 "담배가 싸면 청소년도 용돈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가격이 높아지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며 "가격 인상은 청소년의 흡연 시작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궐련만 인상하면 상대적으로 가격과 세 부담이 낮은 전자담배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은철·김진영·이성규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토바코 컨트롤'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궐련 가격이 1% 오르면 궐련 소비는 0.34~0.49% 감소했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 소비는 0.24~0.36% 증가했고 액상형 전자담배 소비도 0.11~0.13% 늘었다.
액상형 전자담배 가격이 1% 상승할 때는 해당 제품 사용이 1.55~2.92% 감소했지만 궐련 소비는 1.09~2.05% 증가했다. 한 제품의 가격 변화가 다른 제품 수요에 미치는 교차가격 탄력성이 나타난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이를 가격 인상의 직접적인 인과효과보다는 제품 간 대체 패턴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특정 제품만 올리면 세금이 덜 오른 제품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궐련과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를 비롯한 모든 니코틴 제품에 일관된 인상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담뱃값 인상을 미룰수록 흡연으로 발생하는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 등 사회경제적 비용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담배로 인한 국내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약 1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담뱃값 인상을 미루면 미래의 의료비와 사회적 부담을 결국 젊은 세대가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에 대한 정치권의 부담도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고 봤다. 흡연자의 반대 목소리는 크게 드러나는 반면 비흡연자는 정책에 찬성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 인구의 절대다수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흡연자의 목소리만 크게 들린다"며 "정치권은 비흡연자가 유권자의 다수라는 점을 보고 결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이 저소득층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는 금연 지원을 함께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가격만 올리고 흡연자에게 알아서 끊으라고 해서는 안 된다"며 "담뱃세 인상으로 확보한 재원을 무료 금연상담과 니코틴 대체요법 및 금연 성공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편의점 등 판매점의 담배 진열 규제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광고 금지가 어렵다면 우선 담배를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게 하는 진열 금지부터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uko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