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묶인 담뱃값…"만원은 돼야" 호소에 정부 어떤 답 낼까
정부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아" 선 그어
"'국민 목숨 살리는 정부'라면 고민해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11년째 '4500원'에 묶인 담뱃값을 1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금연학계 주장에 정부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담배 소비 감소, 세수 활용 등을 위해서라도 담뱃값 인상이 시급하다는 게 학계 입장이다.
정부 역시 지난 2021년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30)을 발표할 때 담뱃값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중장기적 방향을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적 반발 등을 이유로 수년째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
1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월 '제6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26~2030년)을 심의·의결한 정부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에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하고 술에 새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특히 5차 계획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해 담뱃값을 올린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각종 규제 등을 함께 추진해 2024년 대비 2030년 성인 현재 흡연율을 남성 28.5%에서 25%로, 여성 4.2%에서 4%로 낮출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담뱃값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국민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므로 충분한 논의와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관련 전문가와 사회적 의견수렴을 거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장기적으로 담뱃값 인상을 고려해야 하나, 현재로서 인상 추진 계획은 없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사회적 논의라도 언제 착수할지 알려달라는 게 금연학계 지적이다. 미래 세대가 니코틴 산업의 소비자가 되는 일은 막게끔 금연 정책의 전방위적 개혁을 논하자는 게 학계 제언이다.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자 중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쓰는 비율은 지난해 61.4%로 2019년 47.7%보다 높아졌다.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를 병행해 사용하는 소비가 일부 청소년에게 보편화된 양상이다.
담뱃값 인상은 청소년의 흡연 시작을 예방하고 기존 흡연 청소년의 흡연량을 줄이는 효과적인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2015년 한 갑당 2500원에서 4500원으로 가격이 올랐을 때 청소년 흡연율이 감소했으며, 비흡연 청소년의 흡연 시도를 단념시킬 주요 요인이 됐다.
하지만 현재 담뱃값은 OECD 평균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간 국민 소득이 상승한 점과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담뱃값은 오히려 하락한 셈이니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인 약 1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아울러 지속적인 담뱃세 인상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인상으로 확보된 재원의 50% 이상을 담배규제 정책과 금연 지원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게 금연학계 진단이다. 이들은 "올리기 부담스럽다면, 사회적 논의라도 돌입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열 대한금연학회장(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은 "시도율 등 금연 의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하락하고 있다"며 "담뱃값 인상뿐만 아니라 비가격 정책까지 함께 연결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담뱃값 인상은 흡연자의 금연을 촉발할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선진국은 담뱃세 인상, 담배 광고 전면 금지, 실내 공간의 전면 금연 등 금연 정책을 활성화하고 있다. 우리도 뒤처지면 안 된다"며 "지금처럼 10년간 담뱃값을 묶지 말고, 물가 인상률 이상으로 담뱃값이 올라갈 수 있도록 연동제도 시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대한금연학회장을 지낸 조홍준 울산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도 "담배 유해성 관리법 시행, 담배의 정의 확대 등은 지난 정부 때 이뤄졌던 일"이라며 "지난 1년간 정부는 어떤 담배 규제도 내놓지 않았다. 2030년까지 4년 남았는데 담뱃값 인상 논의는 언제 진행되나"라고 반문했다.
조 교수는 "국민 목숨을 살리는 정부라면 담뱃값 인상에 대한 얘기를 꺼내야 한다. 담배는 사망을 유발하는 가장 심각한 건강 위험 요인 중 하나"라며 "담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민건강증진의 핵심 목표인 '건강 수명 연장'과 '건강 형평성 달성'을 모두 이룰 수 없다"고 경고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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