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증 당뇨도 장애…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돼야
사회가 어려움 인정해야…편견 깨고 '다름' 존중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많은 사람은 '당뇨병'을 혈당이 높은 질환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5만여 명의 당뇨 환자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거의 소실돼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인슐린 주사를 맞거나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며 살아간다. 혈당은 잠자는 동안에도 오르내리고 저혈당은 언제든 의식을 잃게 만든다. 이들에게 일상의 모든 순간은 혈당과 연결돼 있다.
정부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손상돼 6개월 이상의 집중적인 인슐린 치료를 받는 당뇨병 환자를 지난 1일부터 '췌장장애인'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장애로 인정돼야 한다는 당사자와 그 가족 등의 요구가 수년 만에 현실이 됐다. 어린 딸의 1형 당뇨병 투병을 힘겨워하다 숨진 충남 태안의 일가족 사건도 반영됐다.
당사자와 가족 등 400여 명은 제도 시행일인 1일 국회에 모여 기쁨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했다. 다만 "장애를 숨겨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장애인이 된 게 기쁜 일은 아니지 않느냐는 얘기를 들어봤다"는 속마음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 사회가 부담을 함께 나누고 보호해 주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한다"는 희망도 표현했다.
이날 행사장 화면에는 당사자 100명의 실제 혈당 수치가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당사자와 그 가족이 하루를 살피고 조절하며 살아가는 중요한 '생명의 신호'와 같다. 고혈당과 저혈당을 넘나들며 두려움과 싸워내는 이들의 일상을 보여줬다. 행사 말미, 참석자들은 '너의 췌장이 멈춘 뒤에도(숫자 너머의 너)'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날부로 당사자와 그 가족은 물론, 우리 사회도 출발점에 섰다. 췌장장애 등 몸속 장기의 기능 이상으로 일상에 제약을 받는 내부장애인은 상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당사자는 "불편하다면서 제대로 일은 할 수 있나" 또는 "멀쩡한데 무슨 장애인이냐"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단숨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정부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통과 공감을 통해 극복해야 할 숙제다.
25년 차 환우 채창훈 씨는 이날 "우리의 꿈은 거창한 게 아니라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라며 "췌장장애라는 이름이 우리 삶의 장애물이 아닌,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돕는 디딤돌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췌장장애 인정이 환자들을 위한 복지혜택을 넘어, 장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다져 복지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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