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빠진 아이들 구했던 前체육교사…마지막 순간도 4명 살려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 폐, 양측 신장 나눠
2012년엔 하천 빠진 유치원생 3명 구해 표창 받기도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10여 년 전 하천에 빠진 유치원생 3명을 구해 표창을 받았던 전직 체육교사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뇌사 장기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8일 원광대병원에서 김상현 씨(58)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환자에게 간과 폐, 신장(양측)을 나누고 떠났다고 30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달 갑작스럽게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병세는 가파르게 악화해, 한 달여 만에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가족들은 김 씨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막막했지만 깊은 슬픔 속에서도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고인이 누군가의 삶 속에서 계속 살아 숨 쉴 수 있다면 가족을 떠나보내며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기증원은 전했다.
김 씨는 평소에도 위험에 처한 이웃을 보면 망설임 없이 나서는 사람이었다. 그는 지난 2012년 전북 전주의 한 하천에서 물에 빠진 유치원 3명을 구해 전북지방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고인의 첫째 딸은 "아버지가 위험에 빠진 학생과 아이들을 구한 일이 여러 차례 있다고 들었다"며 "헌혈도 꾸준히 할 만큼 늘 남을 먼저 챙기던 분이셨다"고 전했다.
김 씨는 전북 남원 출신으로, 20년 가까이 중·고등학교 체육 교사로 근무했다. 운동에 남다른 재능과 열정을 지녔던 고인은 마라톤과 테니스 등 여러 종목에 능숙했으며 교직을 떠난 뒤에도 최근까지 테니스 지도자로 활동했다. 고인의 장례식장을 찾은 제자들은 생전 늘 진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스승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에게는 세 딸이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들에게 고인은 늘 유쾌하고 다정한 아버지였다. 주말이면 가족이 함께 등산하러 다녔고 딸들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테니스장을 오가며 자랐다. 아버지가 좋아한 운동은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계기가 됐고 세 딸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첫째 딸은 평생 누구보다 활발하게 살아온 아버지가 갑자기 병상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다 떠난 것을 가장 마음 아파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에게 "하늘나라에서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운동도 마음껏 하셨으면 좋겠다"며 "효도를 많이 못 한 것 같아 죄송하다. 고맙습니다"라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했던 김상현 님의 삶은 마지막 순간에도 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나눔으로 이어졌다"며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유가족께 깊은 감사와 위로를 전하며 고인이 몸소 보여준 용기와 따뜻한 마음이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들어 누적 뇌사 장기기증자는 지난 29일 기준 23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는 총 370명이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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