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신청 안한 게 잘못?…소득·재산 낮은 175만명 미지급

직역연금 배제·생계급여 삭감 우려에 미신청…"자동지급 도입해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뉴스1 이재명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기초연금 소득인정액 기준을 충족했지만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65세 이상 노인이 17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노인 인구(1027만 명)의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직역연금 배제 규정과 기초생활보장제도 연계, 신청주의 등에 가로막혀 제도 밖에 머무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30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간한 '기초연금 미수급자 현황 및 특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기초연금 선정기준액 이하인 노인은 83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기초연금을 수급하는 인원은 655만 명이었다.

나머지 175만 명은 소득과 재산 기준으로는 선정기준선 이하에 해당하지만 미수급 상태인 것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사회보장정보원의 행복e음 데이터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민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결합해 미수급자 규모를 추정했다.

미수급자의 소득인정액은 최저 구간과 선정기준액 인근 구간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소득이 거의 없는 월 0~9만 원 구간에는 약 20만 명이, 선정기준액에 가까운 월 190만~199만 원 구간에는 약 10만 명이 몰려 있었다.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에 가까운 월 190만~199만 원 구간의 미수급자 상당수는 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별정우체국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였다.

현행 기초연금법은 이들에 대해 소득과 재산 수준이 낮더라도 원칙적으로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이들 규모는 40만 3000여 명으로 전체 노인의 3.9%를 차지했다.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이 매년 인상되면서 소득 기준은 충족하지만 직역연금 배제 규정 때문에 미수급자로 분류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소득이 거의 없는 월 0~9만 원 구간에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연계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2024년 기준 기초생활보장 급여만 받고 기초연금을 신청하지 않은 단독 수급 노인은 6만 9000여 명으로 추정됐다.

현행 제도에서는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만큼 생계급여가 줄거나 수급 자격을 잃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 혜택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신청을 포기하는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가 미수급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정보 접근이 어려운 취약계층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않는 장애 노인 가운데 기초연금을 받지 않는 인원은 6만 4000여 명으로 추산됐다.

장기요양 등급을 받고도 기초연금을 신청하지 못한 노인도 10만 5000여 명에 달했다.

연구진은 단순히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을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목표 수급률 70%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득 기준만 완화하면 원래 제도에서 배제되는 집단이 새롭게 미수급자로 편입될 뿐, 신청주의와 제도 연계에 따른 구조적 사각지대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소득 직역연금 수급자 지원 방안과 기초생활보장제도 연계에 따른 급여 삭감 구조를 개선하고, 장애인과 장기요양 등급 보유자 등 신청이 어려운 취약계층은 선제적으로 발굴해 자동 지급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제언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