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깜빡? 단순 노화 아냐, 방치하면 치매 위험 10배
건망증 달리 기억 저장에 문제 있는 경도인지장애
음식 간 변화, 단어 선택 등 일상 변화 감지 필요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부모님이나 주변 가족의 행동이 평소와 다르거나 미세한 변화를 보인다면, 이는 단순한 노화가 아닌 '뇌 건강'의 이상 신호일 수 있다. 50대도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기억력, 언어능력, 계산능력, 집중력, 감정조절 능력을 통틀어 '뇌의 인지기능'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젊은 사람에 비해 기억력이 떨어지며 주의 집중력이 저하된다. 이는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건망증은 기억력이 깜빡하는 증상으로, 질병이라고 하기에는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 없는 정도를 일컫는다. 건망증은 본인이 건망증인 것을 알고 있으며 하려던 일을 깜빡해도 힌트를 주면 금방 기억해 낸다.
반면 치매는 타인이 인지할 수 있을 만큼의 행동 변화가 나타나며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치매 전 단계로 불리는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이나 인지능력, 계산능력, 언어능력이 떨어졌지만, 치매와는 달리 일상생활은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특히 식사나 세면 같은 기본 일상은 유지하더라도 요리, 금전 관리, 약 복용 등 복합적인 인지기능이 필요한 활동에서 자주 잊고, 실수가 반복된다면 이는 경도인지장애의 강력한 신호로 봐야 한다.
경도인지장애는 본인이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게 된다. 대중교통 이용이나 기계 사용 등 복잡한 도구적 동작에서는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치매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정신 행동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기분이 좋지 않거나 불안함 또는 짜증을 느낀다.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음식 간을 맞추지 못하거나 익숙한 음식 조리 순서를 헷갈리는 경우, 대화 중 적절한 단어가 즉각 떠오르지 않아 대명사(그거, 저거) 사용이 늘고, 30분 전 나눈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경우 등이 있다면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노은중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검진센터(대전충남) 원장은 "치매는 완치가 어렵지만,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치매로의 이행을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다"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노후 건강의 성패를 가른다.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상 노인이 매년 1~2%의 비율로 치매로 전환되는 데 비해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매년 10~20%가 치매로 진행한다고 알려졌다. 경도인지장애 상태는 알츠하이머병을 가장 이른 시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단계며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기억력, 주의력, 언어 능력 등을 평가하며, 필요한 경우 뇌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를 통해 증상의 악화 가능성을 확인한다. 치료는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인지 훈련과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효과적이다.
권경현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인지 기능의 저하에 대해 치매가 아닌지 걱정하고 검사받는 경우가 많다"며 "진단은 환자의 인지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자세한 면담이나 객관적 측정을 위한 신경심리검사를 시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높긴 하지만, 모든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치매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정상 노화 상태로 돌아오기도 하고, 경도인지장애 정도를 유지하기도 한다.
권 과장은 "경도인지장애는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의 특징적인 양상들이 확인된다면 이후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더 높다고 볼 수는 있다"고 당부했다.
따라서 뇌 신경세포의 손상이 시작되는 40대부터는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 아울러 노인에게서 발생하는 가벼운 건망증이라고 하더라도 규칙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는 예방 3·3·3 수칙을 제시하고 있다. 1주일 3번 이상 걷기, 생선·채소 골고루 먹기, 부지런히 읽고 쓰기, 술은 한 번에 3잔 이하로 절주, 금연, 머리 부상 조심하기,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정기 확인, 매년 치매 조기 검진, 가족 등과 자주 소통하기 등이다.
노 원장은 "경도인지장애를 예방하려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의 철저한 관리와 정기적인 사회 활동을 통한 뇌 활성화가 필수적"이라며 "고위험군이면 가벼운 건망증이라고 하더라도 간과하지 말고, 꾸준히 검사받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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