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毛)퓰리즘'인가 청년지원인가…탈모약 건보에 우선순위 논란

정부, 20~34세 우선 적용 검토…7월 공론화 착수
"청년 삶의 질" vs "중증질환 우선" 건보 재정 공방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출범 1주년 계기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뉴스1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정부가 유전성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하반기 중점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년층의 치료비 부담을 낮추고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질환에 수천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은경 장관은 지난 11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탈모약 건강보험 급여화를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로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약 건보 적용 검토를 지시한 지 반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공약으로도 탈모약 건보 적용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자가면역질환 등 병적 원인이 명확한 원형탈모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유전성 탈모와 노화로 인한 탈모는 비급여로 분류된다.

복지부는 탈모가 취업과 대인관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청년기본법상 청년 연령에 해당하는 20~34세를 우선 적용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야권에선 즉각 비판이 쏟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암환자, 희귀질환자 등 하루하루를 버티는 환자와 가족들이 있다. 이들보다 M자형 탈모가 먼저냐"며 "건보 재정은 올해 적자로 전환되고 25조 원의 누적준비금도 2029년이면 바닥 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퓰리즘으로 얻는 인기는 짧다. 하지만 무너진 건강보험과 환자들의 고통은 길게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건강보험은 가계가 파탄 날 정도의 중증질환을 함께 부담하자는 약속이 최우선"이라며 "정치인이 생색내며 나눠주는 하사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피나스테리드 계열 탈모 복제약이 이미 월 1만~3만 원 수준에서 복용 가능한 상황에서 수천억 원의 건보 재정을 추가 투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건강보험이 올해부터 4조 원대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며 탈모약에 투입하는 재정은 희귀·중증질환 환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비판 속에 탈모(毛)와 포퓰리즘을 합친 '모퓰리즘'이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의 원칙보다 정치적 효과가 우선시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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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도 반발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 치료제 급여화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미루면서 생명에 직접적인 지장이 없는 질환에 재정을 먼저 투입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처사"라고 비판했다.

건강보험 급여의 원칙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교수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보험 급여의 정당성은 낸 보험료만큼 돌려받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의학적 필요성에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건강보험이 소득 수준에 따라 보험료를 부담하고 의료적 필요에 따라 혜택을 제공하는 사회보험인 만큼 생명과 신체 기능에 대한 위협 정도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급여 항목의 불가역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효과성 논란이 제기된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과 콜린알포세레이트 사례처럼 한 번 급여 목록에 포함된 항목은 재평가와 급여 축소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재정 부담도 핵심 쟁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 누적 준비금은 2025년 26조 원에서 2028년 전부 소진되고 2033년에는 98조 원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탈모 전문의약품의 연간 진료비는 389억 원 수준이지만 급여화 시 건보 재정 부담은 본인부담률 설정에 따라 연간 최대 1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 교수는 별도 추계를 통해 남성형 탈모 치료제 급여화 시 공단 부담이 치료 인구 규모에 따라 연간 1000억~1400억 원에서 최대 5000억~7000억 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본인부담률 30%와 잠재적 치료 인구를 가정한 개인 추계다.

정 교수는 "공보험은 모두의 돈으로 운영되는 유한한 제도"라며 "그 돈을 어디에 쓸지는 반드시 의학적 필요성과 비용 효과성이라는 원칙 위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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