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독감 진료 10건 中 8건에 위장약 끼워 팔았다

건보, 140만건 분석…필요성 낮음에도 항생제 처방 3만건
"약물 오남용 줄이려는 의료계와 국민 노력 필요"

상당수 독감(인플루엔자) 진료에 위장약 같은 소화기계용 약제가 함께 처방되는 관행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진료의 경우, 투약 필요성이 낮은데도 항생제가 과잉 처방되는 등 약물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각계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상당수 독감(인플루엔자) 진료에 위장약 같은 소화기계용 약제가 함께 처방되는 관행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진료의 경우, 투약 필요성이 낮은데도 항생제가 과잉 처방되는 등 약물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각계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독감으로 진단받은 성인 환자 140만 1178건을 상대로 항생제와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 현황을 이같이 분석했다고 11일 밝혔다.

우선 항생제 처방률은 평균 27.7%(중앙값 12.4%)나 전체 독감 진료의 18.3%인 저위험 에피소드(합병증 등이 없는 단순 독감 진료, 25만 6823건)는 항생제 투약 필요성이 낮은데도 13.3%(3만 4041건)에서 항생제가 처방됐으며 이는 항생제 투약의 과잉 사례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위장약으로 분류되는 위산 억제제·점막보호제·위장운동제 등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률은 평균 77.2%(중앙값 91.4%)로, 대부분의 독감 진료 때 소화기계용 약제를 기본으로 함께 처방하는 관행적 사용 양상이 확인됐다.

항생제 사용이 진료 기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항생제를 처방받은 사례는 항생제를 처방받지 않은 사례에 비해 진료 기간이 평균 약 13% 더 긴 경향을 보였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환자 연령별로는 18세~40세 미만에 비해 40세~65세 미만은 13%, 65세~75세 미만은 24%, 75세 이상은 29% 진료 기간이 더 길어, 고령일수록 회복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과목별로는 기타 과목에 비해 이비인후과가 저위험 에피소드에 항생제를 처방할 교차비가 3.08배로 가장 높았고, 일반과(약 1.65배)와 소아청소년과(약 1.53배)가 뒤를 이었다. 의사 연령별로는 45세 미만 의사보다 65세 이상 고령층 의사의 처방 가능성이 약 2.03배 높았다.

또 성인 환자 대상 분석임에도 과목과 의사 연령에 따라 처방 양상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항생제의 경우 내과(19%)의 처방률이 가장 낮았고, 소아청소년과(37.5%)와 이비인후과(32.4%)는 높았다. 소화기계용 약제의 경우 이비인후과(84.6%)는 높지만, 소아청소년과(62.9%)는 낮았다.

의사 연령별로는 45세 미만 의사의 항생제 처방률(23.3%)이 낮고, 65세 이상(33.2%) 의사에서 높은 데 반해,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률은 45세 미만 의사(83.9%)에서 가장 높았다. 동일한 성인 독감 진료에서도 과목과 의료진 특성에 따라 약제 처방 행태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의료인들이 환자를 위해 방어적으로 항생제 및 소화기계용 약물을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적정진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도 관행적인 처방을 지양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의협은 '소화기관용 약제 사용 권장 지침'을 정비 중이다.

박영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합병증이 없는 단순 독감 단계에서의 선제적인 항생제 처방이 전체 치료 기간을 단축하는 데는 큰 실익이 없다"며 "환자 상태에 따른 정교한 적정 진료와 함께, 약물 오남용을 줄이려는 의료계와 국민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합병증 없는 인플루엔자에 대한 항생제 치료와 관행적인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에 대해서는 급여기준 정비 등이 필요하다"며 "국민들이 불필요한 약물 복용으로 인한 건강상 문제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것도 보험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제언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