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걱정 덜었다"…정부, 성인 희귀질환자 특수식 안정 공급한다
[희귀질환]⑥ 질병청, CJ제일제당·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업무협약
사각지대 놓인 19세 이상 희귀질환자…연 최대 1085만원 비용 경감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 선천성대사이상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20대 A 씨는 질환 관리와 치료를 위해 저단백 즉석밥을 매일 섭취해야 한다. 선천성대사이상질환 환자는 특정 영양소를 정상적으로 대사하지 못해 평생 저단백 식이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A 씨는 저단백 즉석밥 입고 알람을 설정해 두고 온라인 구매를 시도하지만 재고가 빠르게 소진돼 제품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결국 정가(약 1700원)보다 최대 7.6배 비싼 개당 1만 3000원 수준의 되팔이 상품을 구매하거나 해외 직구 제품에 의존해야 했다.
정부가 이러한 희귀질환자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민관 협력을 통한 특수식 구매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질병관리청은 9일 오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강당에서 CJ제일제당,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희귀질환자 특수식(19세 이상 선천성대사이상질환자를 위한 저단백 즉석밥) 구매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오는 7월부터 19세 이상 희귀질환 환자(28개 선천성대사이상 질환)는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 여부와 관계없이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저단백 즉석밥 구매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분기별 수요를 사전에 접수해 생산·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품절 우려 없이 안정적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선천성대사이상 희귀질환은 연령과 관계없이 특수식 섭취가 질환 관리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특수식은 시장 규모가 작아 생산·공급이 제한적인 데다 국내에서 저단백 즉석밥을 생산하는 업체도 한 곳뿐이어서 환자들은 상시적인 품절과 가격 불안정 문제를 겪어왔다.
특히 19세 미만 환자는 정부의 특수조제분유·저단백식품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지만, 성인은 직접 제품을 구매해야 해 부담이 더욱 컸다.
이날 협약식에서 임승관 청장은 "이번 저단백 즉석밥 지원은 선천성대사이상질환 환우 아버지의 애로사항을 민원으로 접수하고 응답하는 과정에서 추진됐다"며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CJ제일제당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준 덕분에 성사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희귀질환자들에게 특수식은 치료제와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일상생활을 불안하지 않게 살아가기 위해 특수식을 안정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원체계 구축에는 CJ제일제당의 역할도 컸다. CJ제일제당은 햇반 저단백밥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 기업이다. 특수식은 별도 공정을 거쳐 생산돼 일반 햇반 제품보다 제조원가가 2배 이상 높지만, 회사는 지난 17년간 선천성대사이상 환자를 위해 해당 제품을 공급해왔다.
김찬호 CJ제일제당 전략지원부문 대표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 평범한 밥 한 공기가 환자와 가족에게는 생존의 걱정이었을 것"이라며 "저희는 눈앞의 이익을 떠나서 단 몇 명의 환아들이라도 따뜻한 밥을 먹이자는 마음 하나로 지난 17년간 햇반 저단백 밥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성인이 된 환우들이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늘 마음이 쓰였다"며 "앞으로도 환우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을 기반으로 CJ제일제당은 저단백 즉석밥의 원활한 생산·공급을, 연합회는 구매 접수 및 주문 지원을, 질병청은 구매 주문 시스템 구축과 신청 자격 관리, 행정 지원 및 홍보를 맡는다.
질병청은 환자가 연간 960개의 저단백 즉석밥을 구매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최대 1085만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특수식 구매 접근성이 좋아지고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지현 연합회 회장은 "특수식은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건강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치료 수단"이라며 "이번 민관 협력을 통해 의료비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안정적인 특수식 구매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임 청장은 "대통령께서 국민주권 정부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효용성 있는 행정을 하라는 말씀을 항상 하시는데, 이에 부합하는 협약이었다"며 "앞으로도 환자와 가족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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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내 인구의 약 0.9%를 차지하는 희귀질환자는 '희귀하다'는 이름과 달리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희귀질환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각 질환별 환자 수는 매우 적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희귀질환자의 조기 진단과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뉴스1은 질병관리청과 함께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이 처한 현실과 이들을 둘러싼 제도적 노력과 과제를 집중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