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뇌사 장기 기증자 추모관 조성…예우 문화 확산
유가족이 고인 이름 새기며 완성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누군가의 사랑이었고, 누군가의 그리움인 OOO 님이이 땅에 사랑의 꽃씨를 뿌리고 떠나십니다.고인이 주신 나눔의 사랑이 더욱 널리 퍼지게 해주시고가시는 길에 평안과 안식이 있으시길 빕니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뇌사 기증자 수술 전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낭독하는 추모사
삼성서울병원이 뇌사 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해 타인의 생명을 살린 기증자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 유가족을 예우하기 위한 추모 공간을 새롭게 선보였다. 병원은 지난 5일 본관 1층 장기이식센터 외래 옆에 뇌사 장기 기증자 추모관 '별하재'를 개관했다고 8일 밝혔다.
앞서 병원은 2013년 국내 의료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장기이식센터 외래 벽면에 기증자를 예우하기 위한 추모판을 만든 바 있다. 추모관 '별하재'는 기존 추모판을 확장해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기증자를 뜻을 기릴 수 있도록 규모를 키우고 접근성도 높였다.
추모관은 빗살을 덧댄 창 사이로 스며든 볕뉘가 기증자의 이름을 부드럽게 감싸도록 설계돼 찾는 이들에게 따스함을 선사한다. 또 기증자 유가족과 이식 수혜자가 서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생명나눔 우체통’을 마련해, 직접 만나지 못한 두 사람이 감정을 나누는 매개가 되도록 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박승우 병원장(순환기내과 교수), 박재범 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이식외과 교수)과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 원장이 자리해 개관을 함께 축하했다. 아울러 총 34명의 기증자 유가족 약 60명이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이날 행사의 가장 뜻깊은 순간은 유가족이 직접 고인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를 추모벽에 올리는 헌정식 '빛을 걸다'였다. '유가족의 손으로 완성하는 추모벽'이라는 취지에 따라, 참석한 유가족들이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을 직접 벽에 새기며 추모관을 함께 완성했다.
기념식 사회는 심장 이식 수혜자이자 기증원 홍보대사인 오수진 전 아나운서가 맡았다. 생명을 받은 이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 기증자와 유가족을 기리는 자리를 이끌며, 생명이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 '연결'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추모관 '별하재' 개관은 정부 정책과 발맞춰 장기 기증에 대한 새로운 문화가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복지부는 '제1차 장기 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생명나눔 예우 문화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복지부는 기증자와 유가족의 사회적 예우를 높이기 위해 지자체 청사나 박물관, 병원 등에 추모 공간 또는 기증자 현판(가칭 기억의 벽) 설치를 지원할 예정이다. 병원이 기증자 추모관을 앞장서 설립함으로써 기증자 예우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도 보다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재범 장기이식센터장은 "수많은 한계를 극복하며 발전해 온 장기이식의 밑바탕에는 생명을 나누어 준 기증자의 헌신이 있었다"며 "추모관은 이들을 기억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데서 나아가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연결 고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병원 장기이식센터는 1995년 3월 14일 첫 뇌사 장기 기증 이후 5월 27일 현재 529명의 기증이 이뤄졌다. 센터는 신장·간·심장·폐·췌장·소장·각막·골수 등 전 분야의 장기이식을 수행하며 끊임없는 발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기증원과 장기기증활성화프로그램 협약을 체결하고, 기증 후 헌화 제공, 기증 기간 내 보호자 숙소 제공 등 뇌사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각별히 챙겨왔다. 지난해에는 원내 산책로에 뇌사 기증자를 기리는 벤치 '생명나눔 기억의 쉼터'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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