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시신기증, 아들은 뇌사 장기기증…한 가족의 특별한 유산
10년 전 장기기증 희망등록…어머니 뜻 이어 생명나눔 실천
상견례 앞둔 아들 두고 떠나…간·폐·신장 기증해 4명에 새 삶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평생 이웃을 돌보며 살아온 한 목회자가 생전 약속했던 장기기증을 실천하며 4명에게 새 삶의 희망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4월 28일 조선대학교병원에서 조영삼(62)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환자에게 생명을 나누고 떠났다고 밝혔다.
조 씨는 지난 4월 23일 갑작스럽게 쓰러져 뇌출혈로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후 가족의 동의로 간과 폐, 양측 신장이 각각 필요한 환자들에게 기증됐다.
조 씨는 생전 가족들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으며, 2015년에는 장기기증 희망등록에도 참여했다.
아들 조은빈 씨는 "과거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시신기증을 하셨다"며 "그 뜻을 이어 아버지도 10여 년 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해두셨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아버지의 마지막 뜻이라고 생각해 기증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1963년 광주에서 오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조 씨는 신앙을 바탕으로 20여 년간 목회자의 길을 걸으며 이웃을 돌봤다. 재치 있고 따뜻한 성품으로 주변의 신망이 두터웠으며, 교회에서 만난 아내와 결혼해 1남 2녀를 두고 화목한 가정을 꾸렸다.
아들 은빈 씨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되다'는 가훈을 바탕으로 늘 화목한 가정으로 이끌어주시던 남편이자 아버지였다"며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아버지 같은 분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가족을 사랑하고 잘 챙기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버지는 주말마다 어머니와 함께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내던 사랑꾼이었다"며 "삼남매에게는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자 가장 큰 응원군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평소 야구 관람을 즐겼던 조 씨는 지난달 20일 생일을 맞는 아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기로 약속했고, 결혼을 앞둔 아들의 상견례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이별로 가족들은 그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은빈 씨는 "남은 가족들은 잘 지낼 테니 천국에서 기다렸다가 나중에 만나자"며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편 국내 뇌사 장기 기증자 수는 2016년 573명으로 최고치 도달 후 10년 만인 2025년 370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이식 대기자는 2020년 4만3182명에서 2024년 5만4789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의 평균 기간은 4년으로 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2020년 2091명에서 지난해 3096명으로 증가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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