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에게 독감만큼 위험한 '이것'…법 공백에 예방 주사 갇혀
늦가을과 겨울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로 입원
1회 투여에 50만~60만 원 부담…무료화 이뤄질까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는 급성 호흡기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감염 시 영유아는 폐렴·세기관지염 등으로 악화해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생후 6개월 미만 영아는 중증 RSV 질환과 사망 위험이 가장 큰 고위험군으로 적극적인 예방 전략이 요구된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RSV 감염으로 인한 급성호흡기감염증은 제4급 법정 감염병이다. 늦가을과 겨울철, 영유아들의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주요 입원 원인 중 하나로 예방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기본 위생 수칙이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예방이 어렵다.
다행히 지난해 생후 첫 번째 RSV 계절을 맞은 모든 신생아와 영아에 투여 가능한 예방 항체 주사(성분명 니르세비맙)가 국내 도입됐다. 1회 투여로 최소 5개월 RSV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유행기 직전에 투여하면 유행기 전반에 걸쳐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 예방 항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라 보호자가 1회당 최소 50만~60만 원에 이르는 접종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맘 카페에는 "적지 않은 접종 비용이 고민"이라는 글이 적지 않다.
이 주사는 임상시험뿐 아니라 실제 접종 환경에서도 높은 예방 효과와 지속적인 효능, 안전성을 입증했으며 최근 국내 연구를 통해 비용효과성도 확인했다. 면역 체계가 성숙하지 않은 영아에게 투여 즉시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그런데도 현행 예방접종 체계는 백신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백신이 인체가 스스로 항체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라면 예방 항체는 이미 형성된 항체를 직접 주입해 즉각적인 보호 효과를 제공한다. 작용 방식의 차이로 제도적으로 동일한 범주에서 다뤄지지 않는 셈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예방 항체를 예방접종 등록시스템에 포함하며 관리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법적 기준이 없어 공적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예방 기술의 발전 속도를 제도가 충분히 반영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반면, 해외 주요국은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미국·스페인·캐나다 등에서는 예방 항체를 공공 재원 기반 전 영아 대상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이며 호주는 수동 면역을 백신의 정의에 포함하는 '국가 보건법' 개정을 추진하며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와 대한소아감염학회 등 국내 의료계도 영유아 대상 예방 항체 사용과 수동 면역 전략을 감염 예방법으로 제시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대한소아감염학회 연구이사인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난해 9월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RSV 예방 항체의 국가적 지원을 제언한 바 있다.
당시 최 교수는 "국가 예방접종 지원을 통해 예방 항체를 모든 영아에게 제공하고 격리치료비에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한다면, 영유아의 중증 RSV 감염을 예방하고 병원 내 감염 확산을 막아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국가 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기존 감염병예방법의 한계를 보완하고 다양한 예방 수단을 포괄하는 예방접종관리법 제정을 논의 중이다. 백신과 예방 항체 등 다양한 수단이 국민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같은 목적을 지닌 만큼 과학을 반영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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