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가 집으로?…'병원 밖 진료' 허용에 의료계 반발
방문재활 등 가능하게 개정…장애·노인단체 "환영"
의료계 "의사 지도 배제, 환자 위험으로 내몰아"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의료기사 업무 수행 기준을 기존 '의사 지도'에서 '지도 또는 처방·의뢰'로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통합돌봄 확대를 위한 '병원 밖 의료' 필요성과 환자 안전·면허체계를 둘러싼 충돌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 34명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의료기사 업무 범위를 넓히는 데 있다. 의료기사는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임상병리사 등으로 현행법상 의사의 지도 아래에서 검사나 재활치료 등 진료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 업무 수행 기준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 의원은 통합돌봄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입장이다. 고령자·장애인 등 의료취약계층이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와 생활공간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방문 재활이나 이동형 검사 등 '병원 밖 의료' 제공 기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장애계·노인계 등 수요자 단체는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거동이 불편해 병원 문턱조차 넘기 힘든 중증 장애인과 어르신들은 낡은 규제에 묶여 꼭 필요한 방문재활을 비롯한 보건의료서비스를 포기한 채 집안에 쓸쓸히 방치되고 있다"며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전제로 환자의 삶의 터전으로 직접 찾아가 전문적인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수요자 맞춤형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수요자 측은 접근성 확대를 강조하는 반면, 의료계는 환자 안전과 책임 체계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의사의 실시간 '지도'가 배제된 의료행위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도박"이라며 "급작스러운 상태 변화에 즉각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는 "처방전 한 장만으로 의료기관 외부에서 이뤄지는 행위는 환자를 의료 안전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고 인천시의사회는 "사실상 의료기사의 단독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위험천만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이 면허체계 전반을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구시의사회는 "지도·감독은 지속적 통제 체계지만 처방·의뢰는 단발적 지시에 불과하다"며 "의사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전남도의사회도 "사실상 단독 진료를 용인하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공백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의료계는 "의사는 처방만 하고 이후 과정에 관여하지 않게 되면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애인·노인 단체들은 의료계 반발을 '직역 이기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의협은 현장에도 오지 않으며 지도라는 이름의 권력으로 보건의료 시장의 모든 자본과 수익을 독점하려고 한다"며 "환자의 절박한 처지는 외면한 채 경제적 이익 창출에만 매몰된 의료독점주의와 공급자 우위 패러다임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이라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뉴스1에 "예를 들면 지금도 병원 진료실과 물리치료실은 분리돼 있고 환자가 물리치료사로부터 물리치료를 받을 때 의사가 와서 그 과정을 지켜보지 않는다"며 "환자 안전을 이유로 법안에 반대한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kuko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