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뇌 변화 측정해 맞춤 개입"…한국형 ARPA-H, 고령 난제 해결

K-헬스미래추진단 '복지돌봄 분야 제안자의 날' 개최
선경 단장 "실패해도 되니 덤벼들자…인문사회 접근법"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제안자의 날' 행사에서 한 연구자가 한희철 PM에게 복지돌봄 관련 문제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2026. 4.22. ⓒ 뉴스1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한국은 2024년 말~2025년 초를 기점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UN 기준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자연스레 노인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 국내 연구진은 뇌 변화 기반 치료제와 맞춤형 중재 체계를 결합한 새로운 연구개발(R&D)에 나섰다. 기존 치료의 한계를 넘어 효과성 근거를 빠르게 검증하고, 개인별로 최적화된 개입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를 통해 관련 연구를 지원한다.

22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제안자의 날' 복지돌봄 분야 행사가 열렸다. 보건의료 분야의 난제 해결을 위한 도전적 문제를 공개하고, 연구자들과 함께 혁신적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다.

기존 R&D 방식에서 벗어나 '정답을 찾기보다, 질문에서 출발한다'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철학을 반영했다. 복지돌봄 외에도 △보건안보 △미정복질환 △바이오헬스 △복지돌봄 △필수의료 등 총 5개의 임무별 프로젝트 매니저(PM)들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현재까지 도출된 도전적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 아이디어를 논의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선경 추진단장은 "목표를 낮게 잡으면 성공 확률이 높아지지만, 업계를 선도할 순 없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개발이 아니라 국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보건의료 난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사업으로 국내 최초 도전 혁신적 R&D"라고 소개했다.

이어 "실패해도 좋으니 덤벼들었으면 좋겠다. 단 정확히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린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사업이 아니다. 국민의 건강에 해가 되는 요소를 제거해 사회적 난제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과학적 접근이 아닌 인문사회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다른 사업과 확연히 차이 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구만 열심히 하던 분들은 바깥 네트워크가 없어 산업계·학계·연구자·병원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팀을 잘 짤 수 있도록 PM들을 활용하고, 아니면 내게 직접 와도 좋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경 K-헬스미래추진단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제안자의 날'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 4.22. ⓒ 뉴스1 문대현 기자
치료제 개발·디지털 기반 맞춤형 돌봄…적용 가능한 통합 모델 제시

이후 마이크를 잡은 이승규 PM 센터장(복지돌봄 분야)은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통합 모델을 제시했다.

이 센터장은 "향후 인구의 비중이 달라질 것이다. 65~75세가 준노인, 76세부터 노인으로 정의될 것이란 일본노년학회의 발표도 있었다"며 "전인적 관점에서 후기 고령자 건강을 위한 시스템적 혁신이 필요하다. 뇌인지 기능과 신체적 기능 모두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문제는 노인 복지 돌봄 시스템이 부재한데, 노인의 우울감과 뇌 변화 모니터링을 분석해 특성에 따라 최적의 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해 뇌 가소성·뇌 상태를 실시간으로 읽고 그에 맞춰 다양한 수단을 융합해 개입하는 기술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노인의 낮은 유병률과 높은 자살률에 주목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기 진단 장벽 △치료와 개입 실패 △법 제도적 공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또 외국의 우울증 유병률에 비해 한국이 낮은 점을 짚으며 "우울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종성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년기 우울증은 다차원적 생물 심리·사회적 질환"이라며 "생물학적 노화나 단순 감정 결핍의 문제가 아닌 유전학적 변화와 신경 퇴행, 사회적 스트레스의 실현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제안자의 날' 행사에서 이승규 PM 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6. 4.22. ⓒ 뉴스1 문대현 기자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장기요양보험 △디지털 돌봄 △비대면 관리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노인 문제를 바이오마커(혈액 등 생체 시료)와 사회적 요인(소셜)을 함께 고려해 조기 진단·예측·관리하는 접근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낮은 유병률과 높은 자살률에 주목해 일상생활 중심의 접근을 고려하는 R&D 과제가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국가 차원의 보건의료 혁신 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한 연구 지원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성과 창출과 민간 확산까지 염두에 둔 정책적 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다.

eggod6112@news1.kr